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려사도 흐른다. 29

고려 대외적 평화시기와 문벌 귀족시대 1 ㅡ 들어가면서...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려사도 흐른다. 29

ㅡ 고려 대외적 평화시기와 문벌 귀족시대 1 ㅡ

(들어가면서...)


전쟁 없는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충돌은 세계 경제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외부개입과 전쟁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어느 한쪽을 단순히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갑작스러운 군사적 공격은 분명 문제지만 그렇다고 내부 억압과 희생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명분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명분이 타국 군사력으로 실현되는 순간,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크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1980년 광주를 떠올린다.


당시 나는 대학 2학년이었고, 계엄군이 물러난 뒤 광주에서 하루 정도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가 떠돌았다.


“우리가 조금만 더 버티면 미국이 우리를 도우러 온다.”


항공모함이 출발했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미국은 분명 ‘도와주는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은 결국 오지 않았다.


그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외부의 힘은 과연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가?>


이후 우리 사회 등장한 '반미감정' 역시 단순한 감정 폭발만은 아니었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벌인

'미 대사관 난입시위와 미 문화원 방화사건'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광주항쟁 진실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단지 북한을 추종하는 일부 과격한 학생들의 일탈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광주항쟁 참상을 직접 접하거나 진실을 알게 된 이들의 깊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러한 정권을 사실상 용인한 미국에 책임을 묻고자 했던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맥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광주항쟁이 북한 지령에 의해 일어났거나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그런 주장들이 사실이었다면 당시 광주시민들이 미국개입과 도움을 기대했겠는가. 또한 미국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미 대사관과 문화원에 항의하는 행동을 보였겠는가.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흘렀다.


외부개입은 때로 ‘해방’이나 ‘구원’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군사력 형태로 이루어질 때 그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는 외부의 군사적 개입이 만들어내는 변화보다, 내부에서 형성된 질서가 더 오래 지속된다고 본다.


또한 역사도 반복해서 말한다.


"외부의 힘은 계기를 만들 수는 있어도, 변화를 완성하지는 못한다.”


결국 오래 지속되는 변화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진 변화만이 뿌리를 내린다.


우리 역사 또한 수많은 외침 속에서 이어져 왔다.


‘외침 3000번’이라는 표현은 과장이지만, 그만큼 많은 침략과 시련을 겪어왔다는 뜻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주목해야 할 시기가 있다. 오랜 기간 대외적 침략 없이 평화를 유지한 시기다.


그렇다면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낸 사례는 없었을까?


있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내부의 힘으로 평화를 만든 때’가 바로 오늘 말하고자 하는 고려

이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 흔치 않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또한 어쩌면 그런 시기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제 살펴보려는 고려 한 시기는 통일신라 이후 가장 오랫동안 대외적 안정을 유지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고려는 거란의 세 차례 대규모 침입을 겪었다.


서희의 외교적 담판, 양규의 항전, 강감찬의 승리를 통해 이를 극복해 냈다.


그리고 그 이후 약 160여 년 동안, 비교적 안정된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평화는 긴 전쟁과 수많은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시기 고려는 외부위협이 줄어들자 내부제도를 정비하고 문화를 발전시켰다.


국방을 재정비하고 외교적 기반을 다지며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어쩌면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안정되고 강력한 국력을 보여준 시기 중 하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당시 고려가 단순히 평화를 유지한 나라가 아니라 상당히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강한 외교를 펼친 국가였다는 사실이다.


'송과 요' 기록을 보면 고려사신들 태도는 오늘날 기준으로 봐도 갑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랍다.


이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먼저 고려 현종 이후, 덕종과 정종 시기부터 자세히 살펴본다.


ㅡ 초롱 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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