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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우 Mar 23. 2019

일본의 토종닭, 나고야코친

<치킨 오디세이:위대(胃大)한 여정>



우리가 보통 토종닭이라고 부르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은 엄밀히 말하자면 상업적으로 사육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개량된 '실용계'에 해당한다. 한협 3호와 우리맛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외에 지역의 재래닭을 복원하거나 품종을 관리한 닭들이 있다. 청리, 구엄, 연산오계, 고센, 현인닭 등이다.


우리가 육계 이외에 채 10종이 안되는 토종닭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지도리地鶏'라고 하는 지역별 닭 이 무려 100종이 넘는다. 전국구 명성을 갖고 있는 닭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고야현의 나고야코친이다. 




다른 지도리들이 서로 다른 외래 품종끼리나 토종닭과 교배하는 혼혈종인데 비해 나고야코친은 유일하게 100% 순수혈통이다. 이 때문에 '일본 토종닭의 왕'이라고도 불리는데 나고야코친의 조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상은 혼혈이다. 


1882년 나고야 인근 코마키 지역에서 중국의 코친 품종과 나고야 지역의 재래닭을 교배한 것이 시초다. 1905년 일본 가금류 협회에서 최초로 실용계로 인정된 품종이기도 하다. 나고야코친은 계란을 잘 낳고 육질도 좋을 뿐 아니라 질병에도 강해 전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1950년대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새끼가 전국 곳곳에 보내질 정도였지만 60년대 들어 생산성이 좋은 수입닭이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설 자리를 잃은 나고야코친은 한때 사육두수가 수백 마리에 그치기도 했다. 70년대 무렵 토종닭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나왔고, 80년대 기존의 육계와 차별화된 나고야코친은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본은 프랑스처럼 지역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브레스 닭이 품종뿐 아니라 브레스 지역에서 나고 자라야 하는 것처럼 나고야코친은 반드시 나고야 지역에서 기른 것만이 나고야코친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닭이 지역보다는 품종에 의미를 두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125일, 4~5개월가량 기른 나고야코친은 육계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고 무게도 많이 나간다. 도축 전 무게가 평균 2.2Kg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나고야코친은 18~19호 정도로 꽤 큰 사이즈다. 충분히 오래 자란 탓에 육계에 비해 풍미가 강해 숯불에 굽는 야키토리용으로는 안성맞춤이고, 한 마리를 사도 육계보다 수율이 많이 나오니 닭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겠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닭은 대부분 부분육으로 팔린다는 점이다. 마리째 통째로 사가는 건 야키토리를 파는 식당 정도다. 한 마리 통째로 파는 경우가 드문 것 말고도 일본의 가판대에는 우리와 다른 게 또 있다. 바로 닭의 심장과 간도 매대에 함께 놓인다는 점이다. 변질 등 위생상 문제로 소매 유통이 거의 막혀있는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다. 



나고야코친의 생김새는 우리나라의 한협 3호와 꽤 닮아있다. 정형한 후의 모습으로 비교하자면 날개가 더 통통하고 가슴살은 좀 더 넓게 퍼져있다. 한협 3호가 다리가 길고 가슴살과 날개살이 빈약한 것과 비교하면 좀 더 균형 있는 모양새다. 



발골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중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세세리'라 불리는 목살을 떼어내는 장면이었다. 우리라면 버릴 법도 한데 작은 칼로 순식간에 목에 붙은 살을 세세하게 베어내는 모습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뼈에 붙은 살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깔끔하게 손질해 놓은 나고야 코친은 문자 그대로 '뼈와 살이 분리'된 상태였다. 역시 디테일의 일본답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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