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할 즈음 빗줄기가 약해진다. 숙소 체크인을 하려 하니, "레디.."하며 양 손으로 X자를 그린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의미겠지. 숙소 주인장 내외에게 몬산투에 들렸지만 비가 와 城에는 오르지 못했다고 하니, 페냐 가르시아 城도 괜찮다며 걸어서 7분 거리란다. 체크인 준비가 될 동안 동네 구경도 할 겸 숙소를 나섰다.
골목에 따라 돌벽 색의 차이가 이채롭다.황토색은 물에 약할 거 같은 선입관 때문인지 색감 상으로는 오른쪽 집이 더 튼실해 보인다.
숙소가 워낙 고지대라서인지 城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城에 오르는 초입에서 만난 페냐 가르시아 하양이. 쪼르르 앞서 달려 가더니 우리가 따라오는지를 확인하는 듯 멈춰 서서는 우리를 돌아보고 있다.
페냐 가르시아 城도 형태만 남아있으나 알쿠바사 城보다는 남아있는 보존 면적이 넓다.
출입구 폭을 좀 넓게 하지.. 아무리 날씬하더라도 갑옷 입고 병기 들고 이동이 가능하겠나. 기동성에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폭이 넓어지면 아치 구조의 하중 때문이었는지. 입구 오른쪽 중간 노란색과 빨간색 줄은 무슨 표시일까..
페냐 가르시아 城은 성곽 주변의 모습에 더 호기심이 돋는다.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사람은 이곳의 어떤 이점을 보았으며, 그 다음 온 사람은 먼저 자리 잡은 사람들의 삶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당연히 경제적 이유로 이곳에 정착했겠지만, 이 척박해 보이는 곳을 선택했을 때 어떤 생계수단을 생각했을지, 여기서도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개척정신과 도전의식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자동차 진입로도 없어 보이는데, 생필품 조달은 어떻게 하는지..
이곳의 집들은 생활 주거지라기 보다는 목적성을 띈 프로젝트 하우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지역에 대한 어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현장 사무실이나 임시 숙소 같은 용도가 아닐까. 일반인이 저런 절벽 위를 주거지를 삼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건축 자재 반입도 어려웠을텐데.. 정말 여기서 무엇 들을 하는 걸까..
단층 결로 보아 이 지역이 옛날 화석 지역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고생물 화석이나 지층 구조 등 지질학 연구 목적으로 상주하는 곳인가..
그런데.. 저 너머 황금 물결은 뭔가.. 숲 색이 왜 저기만 유독 저리 노랗지?
상단 중간 중간 검은 박스의 용도는 또 뭔지.. 안 그래도 호기심 많은 철부지 노년에게 참 궁금한 게 많은 페냐 가르시아다.
城과 주변 여러가지 이색적인 모습들을 보고 내려오니 포르투갈 동쪽 작은 마을에 황혼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