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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6. 2024

Braga의 정을 담뿍 담아온 Otsu Biru


유럽여행시 스타벅스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일단 메뉴 선정에 안정감을 주고, 무엇보다 화장실 이용이 자유롭다. 때문에 유럽도시 순방시 스타벅스가 눈에 띄면 반드시 위치를 숙지하고 다니는데, 그간 한번도 못 만난 스타벅스를 포르투갈 입성 3주 만에 브라가에서 만났다.


추적추적 오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에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라떼를 주문했더니 이 아가씨 하트를 만들다 실패한 듯하다. 수준차 난다.^^


처음엔 죽치고 앉아 있는 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창가에 앉아 떨어지는 빗줄기와 함께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니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 아닌가 싶은 게 모처럼 여유롭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잡지사 기자도 아니고 시간에 쫒길 이유가 없잖아.. 여행의 목적이 릴랙스인데..


빗줄기가 다소 수그러진 틈을 타 지도에서 찍어 놓았던 일식당을 찾아가는 도중 다른 일식당을 만났다.

OTSU BIRU. 어차피 아는 집 가는 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때.. 보이는 곳 들어가자.

근데.. 헐~ 브라가에서 회전초밥집을 만날 줄이야~ 근데 여기 회전 시스템이 국내보다 고급지다.

회전벨트가 안 보이고 대리석 위로 검정 플레이트가 미끄러지듯 가니 훨씬 깔끔하다. 마그네틱 시스템이겠지.

손님이 별로 없다 보니 스시를 계속 만들어 올릴 수가 없어 빈 상태로 도는 게 많지만 먹고 싶은 걸 요구하면 만들어 준다.


비가 참 희한하게 내린다. 빗줄기가 쎄지는 듯해 골목 상점에 들어가 잠깐 아이쇼핑을 하고 나오면 보슬비로 바뀌고, 그러다 다시 굵어지는 빗줄기. 종일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느 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식단 조절이 필요한 아내가 내용을 모르는 메뉴를 눈치로 고르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게 낫겠다 싶어 점심 때 들른 일식당을 다시 찾았다. 여직원이 알아보고 환히 웃으며 저녁엔 인당 20유로에 스시가 무제한 공급이란다. 이런.. 그럼 점심을 적게 먹고 저녁을 별렀어야 했는데..


쉬엄쉬엄 먹고 있는데 여직원이 접시 하나를 건넨다.

참치인데, 일반 스시 모양새가 아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당신 참치 좋아하잖아. 연어도.."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점심 때 내가 즐겨 손이 갔던 걸 기억하고 있다. Amazing~~

셰프가 굉장히 몰입해서 뭔가 만들고 있다. 그러더니 그 작품이 내게로 왔다.

아내가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잎사귀가 잘 안 세워지는지 연신 땀을 닦아가며 끙끙 대더라고.

그리고는 또 이렇게...


누가 봐도 우린 관광객이고 다시 만나기 힘든 뜨내기 손님이다. 그런 우리를 세심하고 정성껏 챙겨주는 게 너무 고마워 대충 눈어림으로 헤아렸던 직원 수에 맞춰 인근 카페에서 케익을 사들고 다시 들렀다. 두고 간 게 있냔다. 배려에 대한 작은 마음이라며 건네주니, 직원들이 우리가 나온 후에도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그런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지며 무척 즐거웠다.


그들에게 우리는 다시 만날 가능성 제로인 지나는 여행객에 지나지 않고, 우리에게 그 식당은 다시 들를 기약도 없는 그저 지나다 들른 수많은 포르투갈 식당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서로 따뜻한 배려와 정을 나누며 굉장히 행복했던 저녁시간. 그래~ 이게 사는 재미고 여행의 묘미지.

리스본의 올가, 페냐 가르시아의 이자벨에 이어, 포르투갈에서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추억을 쌓는다. 이 정도면 핵인싸 인증 되는 거 아닌가..^^


골목의 어느 상점 앞.

하단에 Fresh Water라는 문구가 보인다. 아.. 유난히 물을 가리는 우리 꼬맹이는 지금 어쩌고 있나..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고, 기원전 20년 브라카라 아우구스타라는 도시가 세워졌다는 땅.

그렇게 포르투갈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도시이며 카톨릭이 가장 먼저 전파된 브라가.


너무 단조롭지 않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적당히 지루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즐길 수 있,

그래서 정이 가는 도시 BRAG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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