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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6. 2024

기분좋은 첫 느낌 Porto


포르투갈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 포르투의 텃세가 심하다. 포르투로 향하는 도로는 그간 겪었던 도로와는 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도 우리 앞뒤로 차 구경하기 힘들던 지방과 달리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포르투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가다 서다가 반복된다. 아울러 빗줄기도 거세진다.


옆지기가 온라인에서 봐둔, 한국 기업의 어떤 상사맨이 포르투에 출장 갈 때마다 꼭 들러 식사를 한다는 포르투갈식 백반집이 있다. 어떤 곳이기에.. 가까스로 백반집 근처주차공간을 찾았다. 동전을 넣고 희망 주차시간을 세팅하는데, 2유로 동전 넣으니 "1시간 40분 OK?" 냐 묻는다. 시간이 을 듯하지만, 빗줄기도 거세지는데 시간 설정방법 이해하느라 애쓰느니 1,000원 더 쓰는 게 합리적인 거 같다. 무조건 콜~~


주차 후 세찬 비를 뚫고 250여 미터를 걸어 찾아간 집은 요일 별로 1일 1메뉴. 아내가 온라인을 통해 인지한 이 집의 탑 메뉴 오징어 요리를 주문하니 오늘은 안 된단다.

영어가 안 되는 식당 아줌마, "tomorrow ok?" 라고 물으니, 엄지를 꼽으며 "tomorrow NO~" 이어서 차례로 손가락 세 개를 꼽으며 "no~ no~ no~" 그러니까 내일 포함 앞으로 나흘은 오징어 요리가 안 된다는 거잖아.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도 센스만 있으면 의사소통이 참 쉬워진다. 몬산투 산악마을 카페 할아버지와도 그랬다.

외국을 다니면서 절감하는 게, 지혜롭고 센스있는 사람이 body language도 잘 한다. 안 그러면 백날 손짓 몸짓 해봐야 뭔 말인지 속 터지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없이 나온 오늘의 메뉴.

음식 이름도 모른다. 뭐랄까.. 붕장어 튀김 같은데, 요거 맛이 꽤나 맘에 든다. 간이 전혀 안 된, 양념이 하나도 가미되지 않은 속살의 맛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게다가, 물 1병까지 포함한 2인분이 11유로라니, 유럽 식당에서 먹어본 식사 중 가장 저렴한, 말 그대로 백반집.




포르투에서는 차를 쓸 일이 없어 이제 19일간 무사히 우리에게 포르투갈 순회를 시켜준 렌 헤어져야 한다. 숙소와 렌터카 반납처가 제법 떨어져 있어 숙소 어귀 카페에 옆지기와 캐리어를 먼저 내려놓았다. 렌터카 반납 후 숙소까지 가는 대중교통 수단을 보니 좀 복잡하다. 최소 한 번 환승이다. 배차간격을 몰라 소요시간 예측이 안 되어 30분 가량 걸어 옆지기가 기다리는 카페로 복귀하니, 옆지기가 짐 도난 우려로 화장실도 못 가고 있었단다.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니 닫혀있는 문에 이런 메모가 있다.

이게 도대체 전화번호가 몇 단위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눌러야 하는지 이해 불가. 잠시 생각하다 인근 스타벅스에 들어가 이 사진을 보여주며 부탁했다. "이곳에 예약 했는데 가보니 주인이 없고 메모만 남겼다. 미안하지만 여기 전화해서 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 줄 수 있느냐?" 친절한 직원이 바로 전화하더니 10분 후에 가면 된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역시 스타벅스는 오아시스 맞다.


그런 도움으로 맞은 포르투갈의 마지막 숙소 MISS'OPO.

여기는 조식을 제공하지만 별도 공간에서 제공하지 않고 각자 룸에서 해결토록 한다.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빵 밤에 메모와 함께 문밖 테이블에 미리 놓아준다. 호텔과 달리 룸 청소는 없고 새 타올만 문 앞에 놓아준다. 나갈 때 신경 쓸 일 없으니 어찌 보면 이게 더 편하다.

간이 주방에 포크와 나이프 등 비품은 물론, 치즈, 쥬스, 우유, 시리얼, 쨈 등 빵과 함께 할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와이파이 패스워드 등 투숙객에게 필요한 사항을 벽에 적어 놓았다. 알파벳과 숫자 표기법이 다를 수 있는 문화권 투숙객을 위해 헷갈릴만한 알파벳엔 소문자라 small letters, 숫자는 zero라고 명기해놓은 세심함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안경을 벗으면 샴푸와 바디워시젤을 구분 못하는 나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Porto의 밤을 느껴보자.

와인의 도시답게 곳곳이 와인이다.

이 집엔 포르투갈의 온갖 와인이 다 있는 듯하다. 각종 와인을 감상하는 사람들로 제일 북적인다.

숙소 근처에서 찾아 들어간 레스토랑 CONCEPT 31.

들어가니 만석이다. 직원이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기에 알았다고 하고 기다리는데, 잠시 후 다른 직원이 와서는 "내 친구가 10분 정도 기다리라 했다는데, 15~20분 정도 걸릴 거 같다. 안내를 잘못해서 미안하다 "고 한다. 식당에서 자리를 뜨는 시간은 고객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10분 기다렸다가 늦어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일 임에도 다시 와서 양해를 구하는 그 말에 굉장히 신뢰가 갔다.

신뢰를 느낀 직원에게 포르투갈의 대표적 와인으로 추천받은 와인.


잠시 후 우리 옆에 자리한 두 명의 남자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저 와인을 주문한다. 자기들은 미국 텍사스에서 휴가 왔단다. 우리가 7일부터 20여 도시를 돌았다고 하니,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며 가볼만한 데를 추천해 달란다. 계획없이 오진 않았을테고, 리얼타임 여행자의 확인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으뜸 추천지는 당연 몬산투(Monsanto). 우리가 들렀던 몇 군데 사진을 보여주니 멋지다며 도시명과 위치를 메모까지 하던데, 과연 들렀을까?

스마트폰 사진을 보더니 "이 좋은데 브랜드가 뭐냐?" 묻는다. 내 스마트폰에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사진은 당연 default고 소니 α9 으로 담은 것까지 저장되어 있다. 나는 뭐라 답했을까..^^


골목이 지나칠 정도로 어두운 이유를 우리 숙소에 돌아와서 비로소 알았다.


체크인 후 방에 들어왔을 때만도 미처 몰랐는데, 거리에 접한 창문 안쪽 나무 문이 하나 더 있다.

밤에는 소음 및 냉기 방지를 위해 자바라 형태의 문으로 닫아버리니 빛이 밖으로 새 나가 않고 차단될 수 밖에.


점심을 먹은 백반집 아주머니의 바디 랭귀지부터 저녁을 먹은 식당 직원과 숙소의 여러 곳에서 배려와 재치가 느껴진 기분좋은 포르투의 첫날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비가 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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