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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30. 2024

지고지순한 사랑이 서려있는 알쿠바사 수도원


앞서 알쿠바사 수도원에 대해 간단한 스케치를 했지만, 이 수도원에는 애달픈 러브스토리가 서려 있. 장황하지만 최대한 압축해서 소개하자면,


아폰수 왕의 강요로 스페인 공주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페드루 왕자는 정작 공주보다 공주의 시녀 이네스에게 마음이 쏠린다. 공주가 병으로 죽자 페드루 왕자는 이네스에게 청혼하여 4명의 자식까지 생겼지만, 아폰수 왕은 스페인과의 관계를 우려하여 왕자의 재혼을 허락치 않고 이네스의 암살을 명해 이네스는 결국 코임브라에서 살해 당한다.

그후 왕위에 오른 페드루 왕자는 이네스 암살에 관련된 신하들을 모두 척살하고 이네스의 시신에 왕관을 씌우고 왕비 임을 선포하여 석관에 안치 후, 자신도 사후 석관에 묻어 달라고 했다. 

페드루 왕의 석관
이네스 왕비의 석관

그 유언에 따라 페드루 왕과 이네스 왕비의 석관을 알쿠바사 수도원에 서로 마주 보게 안치했단다. 두 석관을 나란히 하지 않고 마주 보게 배치한 것은,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서로를 보고 싶어하는 바람을 반영한 거라고. 사후 999명의 수도사들이 밤낮을 교대하며 두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두 석관 상부는 두 사람의 시신을 돌보는 천사 조형이 있고, 석관 사면에는 여러 의미의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가장 궁금한 건, 석관을 받치고 있는 사람 형태의 하부 조형의 의미다.


네 명의 자녀를 남긴 채 죽은 이네스의 애틋한 마음을 기려서인지, 아님 다른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알쿠바사 수도원의 조각엔 유난히 아이들의 흔적이 많이 남겨져 있다.


이 모자상도 그중 하나인데, 이 조각을 조금 유의깊게 보면 미스테리한 게 보인다.

전체가 하나의 조각이 아니라, 횡으로 여섯 개의 절단선이 보인다. 모자상의 규모가 운반 등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절단할 이유가 없고, 각각 조각하여 이어 붙일 정도도 아닌데, 저렇게 비슷한 간격으로 절단선이 있는 이유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 위 석관 하부 조형에 대한 궁금증과 같이 가이드 없는 여행이 아쉬울 때가 이런 순간이다.


누누히 몇 번을 반복하지만, 제단과 십자가의 높이를 감안하면, 수도원의 층고가 정말 엄청남을 추정할 수 있다.


일쿠바사 수도원의 기념품 샵. 언뜻 봐도 전체적으로 색상과 문양이 엄청 화려하다.


오른쪽 카드의 모델들이 예술가인가 싶어 물어보니 포르투갈 역대 국왕과 왕비다. 국왕과 왕비가 모델인 카드 값은 6유로. 왼쪽 애니메이션 카드는 15.90유로. 기념품으로서는 국왕 왕비 카드가 더 가치 있을 거 같은데, 역대 국왕과 왕비의 가치가 애니메이션의 40%도 안 된다는 게 타 국민에게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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