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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25. 2024

잊지 못할 감동 Hotel Santa Justa


4박 5일 리스본을 떠날 때가 됐다. 이 기간 우리가 머문 산타 후스타 호텔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중 잔잔한 감동으로 내게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준 일화 하나.


산타 후스타 호텔은 숙박비에 조식 뷔페가 포함된 옵션이다. 체크인 다음 날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내려가 메뉴를 훑는 도중 굉장히 반가운 아이템이 눈에 들어온다. 2016년 노르웨이 프레이케스톨렌 베이스캠프에서 1박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식당의 애플쥬스가 너무 맛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이후 가는 곳마다 그 브랜드를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 브랜드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비커 바닥이 보인다. 매니저에게 "애플쥬스가 더 없느냐?" 물었다. "오늘은 재고가 없으니 내일 준비하겠다." 재고가 없다는데 어쩌겠나..


다음 날 식당에 가 애플쥬스부터 찾았지만 아예 비커조차 보이지 않는다. 애들도 아니고 쥬스 하나 갖고 또 묻기도 뭐해 '재고가 없다더니 구하질 못했거나 잊었나 보다' 생각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후 매니저가 애플쥬스가 든 비커를 내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어~? 아까 없었는데.." 했더니, 음료 테이블에 세팅해 놓으면 혹시 내가 오기 전에 또 소진될까 봐 나를 위해 일부를 주방에 보관하고 있었단다.

하.. 이런 감동이.. 애플쥬스는 우리가 떠나는 날까지 계속 제공되었다. 뭔가 보답하고픈 마음에 간식용으로 가져갔던 한식 다과를 몇 개 건네주니, 딸에게 줘야겠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Olga~ 당신의 배려로 인해 포르투갈 여행의 시작이 행복했습니다. 딸도 이제 성인으로 성장했겠네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래요.

저녁을 먹고 숙소 로비로 들어가니 식당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뭐지..? 포르투갈 민속 음악이라 할 수 있는 파두(Fado) 공연을 하고 있다. 여기서 파두 공연을 보게 되네.. 아마 1주일에 한 두 번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다.

이 가수, 공연이 끝나더니 뭔가 나를 아는 듯한 표정과 함께 나를 쳐다보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서로 알 턱이 없잖아.

흰 셔츠 차림의 노래하는 사람은 좀 전에 호텔 맞은 편 식당에서 저녁 먹을 때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분인데.. 당신이 왜 여기서 나와? 주위 사람들 표정과 연주자들의 반응으로 보아 함께 공연하는 가수는 아닌 거 같고, 본인이 한 곡 하겠다고 즉석 요청이 들어간 듯하다. 가끔 흥이 많은 손님들이 있으니..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방에 올라가니 뜻하지 않은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여지껏 많은 여행지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며 welcome gift는 받아봤어도 이런 정성어린 문구까지 곁들인 farewell gift는 처음이다.


레스토랑 Manager Olga도 그렇고, 이 호텔...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리스본을 다시 들르게 된다면 숙소는 무조건 Hotel Santa Justa가 될 거다.


산타 후스타 호텔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골목도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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