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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28. 2024

에보라에서 만난 두 미슐랭

美슐랭 & 味슐랭


Evora가 남긴 두 개의 기억 중 하나는 식당이다.

무슨 식당이길래...

어둠이 깃든 밤에 선뜻 발을 들이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어둡고 호젓한 골목에 위치한 Restaurante Fialho.

1948년 창업자의 이름을 딴 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개업하여 1960년대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즐겨 찾았다는 식당이다.


이 식당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따로 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미슐랭 인정을 받은 식당이기 때문이다. 5년 연속 인정을 받은 그 자체보다 궁금한 건, 작은 도시 에보라의 골목 식당이 어떤 경로를 거쳐 미슐랭의 검증 대상이 됐는지다.

벽에 걸린 게 뭔가 했더니 국자, 팬 등 조리기구다. 하나같이 황동이다. 그것도 대개가 찌그러진.. 창업 초기 사용하던 것인가 보다.

스타터는 문어와 얇게 슬라이스 된 편육. 사과를 절인 소스를 곁들인 멧돼지 메뉴가 유명하다 하여 대구요리와 함께 주문했다. 내 입맛이 미슐랭 선정을 평가할 수준이 못 되지만, 맛있는 건 맞다.


가운데 가장 큰 와인 용량6L. 일반 와인 8병 용량이다. 웬만한 모임은 이거 한 병이면 충분할 듯하다. 진짜 저거 주문하는 경우가 있나..

소도시라서인지 에보라의 밤은 인적이 드물다.




다음 날 점심 때 찾은 이 식당. Sao Domingos.

이 식당 역시 골목에 있지만, break time인 3시가 되기 전 2시 반에 미리 안에서 문을 잠글 정도로 고객이 몰려드는 걸 보면, 식당은 역시 입소문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전날 미슐랭 저녁보다 더 맛 있었던 해물밥. 입소문의 근원은 이 맛이겠지.

전날 밤 Restaurante Fialho가 美슐랭이라면, Sao Domingos는 未슐랭이지만 내 입맛에 맞는 味슐랭이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골목에 빼곡히 들어선 노천 카페. 테이블 세팅이 오픈런은 아닐테고 마주하며 늘어선 카페들끼리 합의된 룰이 있겠지.


구경 차 들른 시계 가게의 이 시계. 돌아가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고양이 표정이 귀여워 너무 사고 싶었다. 여행 종반이었다면 득템했을텐데, 아직 여행 초반. 이동이 잦은 남은 기간 유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욕심을 접어야만 했던 게 사진을 보니 새삼 아쉽다.


에보라 대성당 종탑을 오르던 나선형 계단을 숙소 Evora Olive Hotel 에서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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