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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28. 2024

옥탑이 좋았던 에보라 대성당

에보라에서 로마신전을 만나다


Evora.

마치 기억 저 편 남아있던 연인의 이름같이 정감서린 이름. 에보라는 두 개의 기억을 내 뇌리에 남긴다.


그 중 하나가 에보라 대성당.

멀리서는 잘 모르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입구 아치의 조각이 엄청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뒷 모습만 보면 견고한 감옥 느낌이지만, 내부는 외부의 느낌과는 완전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유럽 성당의 내부는 볼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그 화려함에 간혹 종교의 의미 측면에서 구원과 화려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단어인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당시의 관습에 의한 한 시대의 종교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예술적 가치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높은 층고를 중간 지지대 없이 아치형 천정으로 지탱하는 당시의 역학이론과 건축공법이 놀랍다.

규모가 큰 유럽 성당 내부는 다 소개하려면 끝이 없는데,

다른 성당에서 보지 못했던 마리아 상이 있다.

아이를 밴 마리아 상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단다.


화려한 내부도 놀랍지만, 에보라 대성당은 내부보다 옥탑이 내게 더 인상깊게 와닿는다.

어떤 가이드북에 의하면 에보라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이 종을 울렸다고 설명했다. 생명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여성의 출산을 성스럽게 여긴다는 의미 아닐까.

이 작은 창고 형태의 용도는 무엇일까..

좁은 공간에 돌을 이용해 이런 나선형 계단을 만드는 공간 감각과 기술력이 놀랍다.

옥탑에 오르는 비용 4.50유로로 에보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에보라 대성당 오른쪽으로 가면 에보라 로마신전을 볼 수 있다.

로마신전~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포르투갈, 그것도 에보라에 로마 신전이 있다는 게 놀랍다. 자료를 찾아보니, 에보라가 군대 요충지로 전성기를 누리던 2세기 말에 세워졌다는데, 1900년이 지난 지금까지 14개의 기둥이 굳건한 자태를 지키고 있다. 1900년 전에 기계 하나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저 기둥을 깎아 세웠다니...

뒤에 보이는 건물은 에보라 박물관이다.


여기서 당연히 샘솟는 궁금증.

로마인은 왜 이곳에 로마 신전을 세웠는지, 또, 저 기둥은 에보라 인근에서 채취한 것인지, 아님, 로마에서 운반해온 것인지. 내 머리에 인식된 고대 로마인의 캐릭터로는 후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찾아본 자료에는 이곳이 아크로폴리스 언덕이다. 우리는 에보라에서 내내 평지를 걸었다고 생각했던 이곳이 언덕이다? 신전 기둥 밑의 지층 상부가 고대 이곳의 언덕 지표면이었고, 어느 시대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언덕을 깎아내고 다듬어 현재의 지형을 만들었다는 건가.

아크로폴리스라는 이름도 의아하다. 결국 정복자에 의해 명명된 이름 아니겠는가. 그러고보니 Evora 역시 포르투갈 느낌의 이름은 아닌 듯하다. 지명 역시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로마인의 작품? 아폴로, 비너스, 에보라.. 뭔가 어감이 비슷하지 않나..


늑대 문양은 어떤 상징성을 띄는 걸까. 흥미로운 건, 늑대마다 허리 부분에 통일된 검은 띠를 가미했다. 뭔가 의미가 담긴 의도된 터치라 여겨진다. 그게 뭘까.. 나 정말 이런 궁금증은 못 참는데..

제식훈련 받는 병사같이 발의 스텝이 똑같아 본을 떠서 그린 건가 했는데, 입의 길이가 다르다.

그런데, 니들 어디로 가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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