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남은 여정 8일. 포르투에 도착하면 바로 차를 반납할 예정이니 차량을 이용할 기간도 닷새 남았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경로 탐색시 유료도로 제외 모드로 간다. 이동거리가 다소 늘어나거나 소요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어차피 그 시간도 여행 아닌가. 일찍 목적지에 가봐야 보는 건 시내 중심가의 골목길 상점이나 성당인데, 이제 그런 건 볼 만큼 봤다. 남은 기간은 열심히 포르투갈 시골길을 달리며 마을의 소박한 민낯을 즐기는 게 포르투갈에 대해 더 오래 더 많은 것을 기억할 거 같다.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평지, 돌길, 숲길 산길 골목길을 돌고 거치면서 어느 마을에서 만난 애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낯선 동양인을 본 얘들 구경거리 생겼다고 난리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 있는 녀석은 다들 관심 보이는 낯선 동양인은 안중에도 없이 앉은 채로 목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들 관심 보이는 나에게 관심 없는 대상에게 묘한 호기심이 가는 게 사람 심리. 얘.. 왜 이래.. 다리에 장애가 있나.. 했는데... 세상에... 막 새끼를 분만했다. 그것도 쌍둥이로.
이런 경이로운 생명탄생 순간을 보다니.. 그것도 포르투갈의 이름도 모르는 시골 마을에서.
얘네들을 만난 것 만으로도 축복이다. 도로 상태에 따라 미심쩍은 의구심과 함께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비좁은 도로를 휘젓고 다닌 보람을 느낀다.
비제우는 여행객, 특히 관광객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포르투갈 소비자연맹에서 조사하는 삶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에 두 번이나 뽑히고, 2012년에는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브라질의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포르투갈 도시 중 1위, 조사 대상 124개 도시 중 10위를 할 정도로 각종 인프라를 비롯해 치안 및 경제활동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다. 2018년 포르투갈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 리빙 설문에서도 1위를 한 삶의 질에 관한 한 자부심 강한 도시가 비제우다.
이런 비제우가 내게 준 느낌은 빈티지와 모던의 공존.
거주자 입장에서는 모던한 것이 좋은데, 여행자에겐 빈티지스러움이 더 끌린다.
오밀조밀하면서 정감을 주는 도심.
돔 두아르테 광장과 두아르테 동상.
이 도시가 초행인 사람들은 이 건물을 뭐라 생각할까. 성? 궁전? 이 건물은 비제우 대성당이다.
비제우 대성당 길 건너에 있는 비제우 천주교 성당.
유럽 도시에서 성당들이 인접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로 저렇게 가까이 있으면 신도들 구획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늘 궁금하다.
점포 유리창의 50% D/C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들른 신발가게.
가죽 제품이냐 물으니 그렇단다. 디자인이 깔끔해 가격을 보니 44.90유로.싸다 싶어 계산을 하려니, 어라~ 22.45유로라네..@ㅁ@~ 44.90유로가 세일된 가격인 줄 알았더니, 그게 원가였어? 한 켤레에 3만 원을 조금 넘다니.. 그래서 얼른 브라운 칼라로 하나 더.
그래.. 그간 맞는 사이즈가 없었던 게 다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구나..이거 스무 켤레만 한국에 갖고 들어와 팔아도 항공료는 빠질 듯하다. 중소 패션점이 다 이런 식으로 물건 들여와 영업하는 거 아닌가.
리스본 도착 후 끊어진 시계줄을 교체한 이후 사실상 포르투갈에서의 첫 쇼핑을 비제우에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