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1 - 모든 것이 부서지는 시간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었다.
연한 금빛 사막 멀리에 사람의 흔적이 보였다.
바람을 등지고 앉아있는 사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온몸에 상처가 깊게 나...
어떤 곳은 심지어 뼈와 살이 드러나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드러난 근육과 핏줄이 더 벌겋게 달아오르고... 아리고...
바라보는 내게도 그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
이렇게 아프면 곧 죽겠구나.
죽는 것이 더 낫겠다.
차라리 사막의 바람이 더 모질게 불어
그가 흙으로 돌아가길...
그래서 이 고통이 멈추길...
이렇게 아프면
차라리 무너지길.
그냥 생을 포기하길...
모래바람이 불었다
때로는 비가 내렸고
바람도 비도 심지어 환한 햇살마저도
지나가는 모든 것이 상처가 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그 벌건 핏줄이 빗물을 받아 흐르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데도
그는 온전히 사막에 앉아
그 바람과 비와 햇살이
상처를 건드리며 지나가는 모든 아픔을
묵묵히 담아가며
그렇게 살아있었다.
벌겋게,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내게
살 꺼라고.
나는 지금 살아있노라고
벌겋게 부은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마리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자신의 여행에 취해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도착지를 찾았다고 했고
나에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막이었다. 왜 하필 사막에서 나를 부르는 건지...
나는 그의 초대가 반갑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엘...
굳이 내가 모 하러...
한참을 고민하다
그가 내 제안을 받아들여준 여러 번의 모험을 기억했고.
나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