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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Jan 03. 2025

사막으로의 초대

영성 1 - 모든 것이 부서지는 시간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었다. 

연한 금빛 사막 멀리에 사람의 흔적이 보였다.

바람을 등지고 앉아있는 사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온몸에 상처가 깊게 나... 

어떤 곳은 심지어 뼈와 살이 드러나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드러난 근육과 핏줄이 더 벌겋게 달아오르고... 아리고...

바라보는 내게도 그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

이렇게 아프면 곧 죽겠구나.

죽는 것이 더 낫겠다.

차라리 사막의 바람이 더 모질게 불어

그가 흙으로 돌아가길...

그래서 이 고통이 멈추길...


이렇게 아프면 

차라리 무너지길. 

그냥 생을 포기하길...


모래바람이 불었다

때로는 비가 내렸고

바람도 비도 심지어 환한 햇살마저도

지나가는 모든 것이 상처가 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그 벌건 핏줄이 빗물을 받아 흐르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데도

그는 온전히 사막에 앉아

그 바람과 비와 햇살이

상처를 건드리며 지나가는 모든 아픔을

묵묵히 담아가며


그렇게 살아있었다.

벌겋게,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내게

살 꺼라고.

나는 지금 살아있노라고

벌겋게 부은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마리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자신의 여행에 취해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도착지를 찾았다고 했고

나에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막이었다. 왜 하필 사막에서 나를 부르는 건지...


나는 그의 초대가 반갑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엘...

굳이 내가 모 하러...

한참을 고민하다

그가 내 제안을 받아들여준 여러 번의 모험을 기억했고.

나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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