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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01. 2023

이 새벽의 고해성사

- 나는 왜 잠들지 못하고 있는가

가끔 이른 새벽녘, 느닷없이 잠에서 깨어날때가 있다.

요즘같체력이 약해져버릴대로 약해진 나는 웬만해서는 잠에서 쉽게 깨지 않을때가 많은데 그래도 어찌어찌 잠에서 깨어나게 되면 또 쉬이 잠이 들지 않는것이 나의 이상한 습성이다.


아무리 눈을 감아봐도 아무리 이불을 목끝까지 당겨 다시 잠을 청해봐도 더이상 잠이 들지 않을때면 괜스레 이리저리 몸을 다 내몸 어딘가를 밀착하고 잠에 들어있는 작은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보기도 하고 물끄러미 자는 얼굴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직 두돌이 안된 작은 아이의 작고 꼬물대는 손과 발에 조심스레 손을 비비다 뒤척거리는 아이가 혹시라도 깰까 싶어 급히 몸을 벽쪽으로 밀착시키다 보면 이제 잠이 깨버린 내가 할수 있는건 배개밑에 숨겨둔 휴대전화뿐일때가 많다.


최대한 잡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휴대전화 불빛을 채 이런저런 인터넷 기사들과 브런치에 올라있는 사람들의 글을 정독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숨겨왔던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빠르게 밀려오곤 한다.





말이 줄면 글이 늘어난다는데

나는 아닌것 같다.


나는 분명 이삼십대의 나보다 입밖으로 꺼내는 말이 줄고 있음에도 여전히 글로 나의 마음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몇번이나 브런치에 글로 남기고 싶었던 생각들과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쉽게 쓰지 못하고 있었던건 나이가 듦에 따라 생겨나는 신중함 때문인것일까 아님 글로 내뱉는것조차도 두려워진 나의 마음상태 때문인걸까..






"육아휴직중이구나..

밖에서 일하다가 애만 키우면 답답하지 않아요??

아니, 말안통하는 애기들이랑 있다보면 말통하는 어른들이랑 얘기하고 싶어지잖아요."


가끔 남편에게 속사포 수다쟁이가 될때도 있지만 난 솔직히 애써 하지 않아도 되고 일부로 알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같은 상태가 너무나도 좋다.

너무너무 좋아서 남편에게도 입버릇처럼 사람들의 말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 산속같은곳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할정도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불필요한 얘기들이 전혀 듣고 싶지 않아졌다.


별거 아닌것같은 일상 얘기들부터 그사람..  그런것 같지 않아로 끝나는 누군가의 뒷담화까지..

나는 사람들의 흔하디 흔한 일상속의 말소리들이 소음같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질때가 점점 많아졌다.

그래서 일부로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는 조용한 시간대를 찾아 다니고 아이때문에 자주 마주치게 되는 동네엄마들과도 조용한 눈인사외에는 하질 않는다.


내가 이렇게 조용한 침묵을 좋아하게 된건 성격탓이 제일 크겠지만은 질릴때로 질려버린 회사의 영향문이기도 하다.

앞에서는 괜찮은척 좋은사람인척하다가도 뒤에 서는 서로의 험담을 늘어놓는 회사내부의 사람들과 업무에서 마주치게 되는 말많은 진상고객들을 상대하며 나는 사람에 지칠대로 지쳐버렸던것 같다.


그래서 결국 육아휴직이라는 쉽지 않은 도피처를 생각해냈고 더 생각할새도 없이 작년 이맘때쯤 승진을 하자마자 쫒기듯이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이제 약 두달간의 시간이 남아버렸다.

내가 선택한 지금의 도피를 끝내고 다시 시끌벅적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그래서 요즘 쉬이 잠 들기 어렵고 한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기싫으면 가지 마요."


내 마음을 이미 읽어버린 남편의 말에 아직은 돈을 벌기위해서라도 그곳에 가야한다는 말로 고개를 저어보지만 난 오늘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 말까하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하고 있다.


이미 스타트가 눌러져버린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것처럼 그 속도에 익숙해져 버리면 내가 달리고 있다는것을 잊게 되는것처럼 휴직이 끝나고 다시 출근이라는 스타트 버튼이 눌지면 나또한 달릴까 멈출까를 고민할새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게 된다면 나의 잠시 말랑해진 마음에도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붙길..

그래서 더이상 별볼일 없는 사람들에게 덜 상처받고 더 무심해길 바라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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