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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Mar 13. 2019

두 문장만 연결하면 만 문장도 문제 없어요

이유와 전제

나는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논리적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봐야 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은 빠짐없이 추론(推論)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연역 추론에는 전건 긍정, 후건 부정, 정언 삼단 논법, 가언 삼단 논법, 선언 삼단논법,딜레마 추론, 귀류 추론 등이 있고, 귀납 추론에는 귀납적 일반화, 확률적 삼단논법, 유비 추론 등이 있다. 어떤가? 듣기만 해도 기가 질리지 않는가?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에 논리적 오류의 목록을 추가하면 공부할 내용은 계속 늘어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논리학을 공부해야 할 판이었다. 종이비행기를 접으려고 기체역학을 공부하는 꼴이었다.


게다가 기체 역학을 배워도 곧바로 종이비행기를 접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기체 역학이 종이를 접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논리학 규칙은 문장을 만들고 연결하는 세부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규칙을 최소화하면서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글을 쓰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다. 


흥미롭게도, 나는 다시‘질문하고 답한다’는 원칙으로 돌아왔는데, 특히‘왜?’라는 질문을 사용하는 고유한 방식 안에 문장과 문장의 논리적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원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원리는 논리학 규칙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사용하기도 쉽다. 이 원칙은 이유나 전제, 대전제나 소전제, 가정과 추론 같은 까다로운 논리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논리 구조를 갖춘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독자 대부분이 알고 있을 가장 간단한 논리 규칙인 삼단논법을 먼저 살펴보고, 질문하고 답한다는 관점에서 삼단논법을 재구성하겠다. 


빙봉: 너도 죽어?

나: 인간은 다 죽어. ( 대전제)

빙봉: 아니. 인간 말고, 네가 죽냐고.

나: 나는 인간이야. ( 소전제)

빙봉: 그래. 네가 인간인 건 나도 알아. 너도 죽어?

나: 나도 죽지. ( 결론)

빙봉: 진작 그렇게 말하면 좋잖아. 


연역 삼단 논법은 대전제가 참이라고 가정하고, 소전제로부터 결론을 추론한다. 그러나 이를 대화 형식으로 바꾸면, 어색하다. 빙봉은‘너도 죽어?’라고 물었는데, 나는‘인간은 다 죽어’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빙봉 입장에서는 동문서답이다. 대전제-소전제-결론이라는 형식적인 연결에 신경 쓰지 말고, 빙봉의 첫 질문인‘너도 죽어?’에만 집중해보자.  


빙봉: 너도 죽어?

나: 그럼. 나도 죽지.…①

빙봉: 왜 죽을 거라고 생각해? … 왜①?

나: 나도 사람이니까. …②

빙봉: 사람인데 왜 꼭죽어? … ②인데 왜①?

나: 사람은 다 죽어. … ③ 


①나는 죽는다. (왜?) ②나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②인데 왜 항상①이지?) ③사람은 다 죽는다. 

(ㄱ) 나는 죽는다. 나도 사람이다. 사람은 다 죽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왜?’라는 질문은 언제나 두 번 하라고 말한다. 복잡한 논리학 원칙을 몰라도,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 예문에서도‘왜?’가 두 번 사용된다. 첫 번째‘왜?’는‘왜 죽을 거라 생각해?’라고 묻는다. 나는‘나도 사람이니까’라고 답했지만, 빙봉은 만족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해서 왜 꼭 죽어야 하지?’라고 다시 묻는다. 


첫 번째‘왜?’와 두 번째‘왜?’의 차이를 알겠는가? 첫 번째‘왜?’는‘나는 죽는다’는 문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찾는 질문이다. 이와 달리, 두 번째‘왜?’는‘나는 죽는다’와‘나도 사람이니까’라는 두 문장의 관계를 보강하는 세 번째 문장을 찾는 질문이다. 벽돌을 튼튼하게 쌓기 위해 벽돌 사이에 시멘트를 바르는 것처럼, 두 문장을 튼튼하게 연결하려면, 논리적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세 번째 문장이 필요하다. 


논리학에서는②를 소전제라고 하고, ③을 대전제라고 한다. 어떤 글쓰기 책에서는 둘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전제라고 퉁치기도 한다. 독자들도 편할 대로 부르면 된다. 어려운 용어가 싫으면 그냥 마음에 드는 아무 이름이나 붙여도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것은②와③을 쓰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두 번 사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예문에서②와③의 위치를 바꾸면 아래처럼 쓸 수 있다. 


①나는 죽는다. (왜?) ③사람은 다 죽는다. (③인데 왜 항상①이지?)②나도 사람이다. 

(ㄴ) 나는 죽는다. 사람은 다 죽는다. 나도 사람이다. 


(ㄱ)과(ㄴ)은②와③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대전제나 소전제 같은 개념을 몰라도, ‘왜?’를 두 번 사용하면 누구나 위와 같은 문장을 쓸 수 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논리적 글쓰기를 가르칠 때조차, 질문을 사용하라고 하지, 논리학 개념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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