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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Jun 27. 2024

귀여운 털복숭이를 쓰다듬는 일

산책과 커피 : 독립 마케팅 스튜디오의 넋두리 다이어리 9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가끔 사고처럼 부딪칠 때가 있다. 길을 지나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때아닌 시기에 번개처럼 터진다. 천둥처럼 마음을 울리게 되는 질문이지만 답은 없다. 그저 지나가버릴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침에 침대에 올라와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잠을 깨우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깨닫게 된다. 이런 거구나, 이 평화가 나의 답이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하게 되는 하루는 늘 새로운 날이다. 한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하루.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실제로 예상하지 못한 시간들을 마주한다. 이렇게 익숙하지 못한 낯선 시간을 매순간 살아가면서도 이런 시간에 전혀 익숙해지지 못한다. 평생 숨을 쉬지만 ‘나는 호흡전문가입니다.’ 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낯선 순간을 낯설게 살아가고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휘둘리며 고통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선물같은 순간도 예측하지 못하게 찾아온다.


일을 하다보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특히 에이전시의 일이라는 건, 정기적인 수입보다 단기적인 수입을 관리해야하고 나가는 것과 들어오는 것에 타이밍이 달라서 애매해지는 일들이 많다. 예측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받기 위해서 때로는 공작의 꼬리처럼 부풀려야하는 일들도 있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을 하면 안되지만)


가끔,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장 괴로울 때는, 그 해답이 마치 내 욕심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이다. 나만 내려놓으면, 나만 참으면 된다고 느껴질 때 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듯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다. 그럼 매듭이 풀리듯이 예산이 뿔불이 흩어지며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남은 것이 무엇일까? 지금 사회가 자본을 기준으로 굴러가는 것이 기본 시스템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으니, 나는 자본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계속해서 문제는 생겨나고 질문이 떠오른다. 답은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집에 무늬가 찾아온 건 의도된 우연이었다. 아내가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고양이, 강아지 중에 뭐가 좋냐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둘 다 상관없다고 했다. 다만 우리가 고르진 말자고 이야기했다. 쇼핑하듯이 어떤 종이 좋고, 누가 예쁘고 같은 고민을 하면서 생명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고. 우연히 찾아오게 될 때,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리고 나서 얼마 있다가 비글 한마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아내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자신에게 끌어오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마저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무늬와 함께 한지 거의 7-8년이 지났다. 지금 돌아보면 무늬가 우리 집에 함께 사는건 정말 행운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사고를 치기도 하고 걱정을 끼치기도 하고, 무늬가 없었던 순간보다 신경써야 하는 일이 많다. 나보다는 아내가 더 그럴 것이다. 그런 아내를 보면 때로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내가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내 입장에서도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뒤이어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것에 마음을 쏟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순간들을 시간의 흐름 속에 내려놓고 지나가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된 무늬를 쓰다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로 동물을 쓰다듬으면 좋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했던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그렇구나, 싶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그게 또 뭐 어쩌라고 싶기도 하다. 그냥 기분이 좋은 거니까. 가만히 쓰다듬고 있으면 안정과 행복이 자연스레 채워진다. 내 삶이 이렇게 평화롭구나 싶은 마음. 내 품에 안겨 잠드는 귀여운 존재는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그게 어쩌면 내 순간에 많은 것들이 거칠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행복이 고난을 정당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그 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부자에게도 그들의 십자가가 있을 것이고 천재에게도 노력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그걸 결과를 기반으로 부정하는 것은 조금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별을 인정하려면, 아프고 치사해도 그래프의 양끝을 모두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지 그 안에 가만히 녹아들어 안정을 찾는 내 인생이 생기는 법이니까.


삶의 이유는 굉장히 다채롭게 펼쳐지며 다양한 레벨로 쌓인다. 그 중에 하나만 발견해도 어쩌면 인생에 한꺼풀은 투명해지는게 아닐까. 집에 가면 쓰다듬을 수 있는 귀여운 털복숭이가 있고, 함께 그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 매일매일 내 인생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Q. 당신의 하루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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