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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도전기 1

[주저리주저리 6] 20191208 돼지코 선생이 좋아하는 돼지 새끼

by 안양시의원 곽동윤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아마 나이는 11살에서 17살 사이 정도 되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사이로 추정된다. 이 또 다른 ‘나’는 지금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할 때가 많다. 가끔 지내다 보면 주변 사람이 나를 보고 “날씬하다,” 혹은 심지어 “말랐다”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그렇지 않다, 요즘 살이 쪘다.”라고 말한다. 이는 겸손의 표현으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내가 살이 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살’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곰곰이 돌이켜 보니 한 가지 잊히지 않고 깊은 내면에 박혀있던 말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내 초등학교 생활 기록부의 신체 사항란을 보면 (지금도 이런 게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항상 나는 경도 비만이었고 정상 체중인 적이 없었다. 사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중증도 비만’으로 나왔었다. 그 정도로 당시의 나는 비만이었는데 생활하면서 딱히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체육 시간에 앞구르기를 못 해서 부끄러웠던 정도? (이는 중학교 1학년 체육 수행평가 때에도 이어져서 기본 점수만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독특하게도 다른 과목은 모두 담임 선생님이 가르치셨지만, 도덕 과목은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셨다. 나는 선생님이 하는 질문에 대답 열심히 하는 소위 모범생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지만, 당시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 3명이 나를 되게 싫어했다. 그게 너무 심해져서 당시에 나는 담임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당시에 담임 선생님이 다음 카페를 통해서 활발하게 우리 반 학생과 소통을 하셨었다) 그때 쓴 내용이 바로 우리 반 누구누구가 나를 “돼지코 선생이 좋아하는 돼지 새끼”라고 놀린다는 얘기였다.


뭐 딱히 그렇게 메일을 보냈다 해서 해결이 된 거 같지는 않지만, 학교생활은 어찌어찌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아빠가 담임목사로 부임을 하게 되면서 나는 4학년을 마칠 때쯤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여자애들과는 자연스럽게 헤어졌지만, 그때 들었던 이야기는 나한테 은연중에 깊숙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살이 쪄서 배가 나왔고, 체육 시간에도 자신 있게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모습에 어린 나이였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키가 평소 자라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자랐고 그에 비교해 살은 덜 쪄서 처음으로 경도 비만을 벗어났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이 돼서는 스스로 더욱 욕심이 났는지 야자를 마치고 집에 와서 11시에 줄넘기도 몇백 개씩하고 여름 방학 때도 밤마다 혼자서 운동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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