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방황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굥 May 27. 2020

자취 끝, 3년만의 귀향

튜닝의 끝은 순정, 자취의 끝은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기

3년동안의 자취를 마치고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자취를 결심하기로 한 만큼이나 다시 부모님집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것 또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자취를 시작하는 것보다 다시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누구의 방해없이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마치 한 번 시작하면 끊기 힘든 마약처럼 유혹적이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런 생활에 스스로 멈춤 버튼을 누르게 되는 순간이 와버렸다.


보통 서울에서 혼자사는 사람들은 학교나 직장이 서울인데 부모님 댁은 지방이라 불가피하게 타향살이를 시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달랐다. 부모님댁도 서울이고 회사 위치도 서울이지만, 분당에서 처음 동생과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싱가폴에서 거주했던 것은 제외하자면).


동생과 1년반동안 함께 살다가 조금은 충동적으로 혼자살기를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왜 굳이 ‘혼자’살고 싶어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나만의 공간에 대한 동경이 가장 컸을 것이다. 경제적인 부담, 외로움에 대한 감정적인 부담 등 자취 생활로 부터 오는 모든 짐들을 짊어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살아보고 싶었다.


부동산에 보내려고 급하게 방 치우고 찍은 사진


급하게 알아본 집은 큰 단점들이 몇 개 있었다. 작은 도로를 바로 앞에 두고 있어서 오토바이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리고, 근방에 신축 오피스텔을 짓고 있어서 공사 소음도 만만치 않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걸어다닐만큼 가깝다는 점은 장점이 될수도 있으나 주로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다보니 행동 반경이 급격하게 좁아졌다. 5.5평의 좁디좁은 원룸방,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마주할 수 있는 테헤란로의 높은 빌딩들… 시간이 지나 어느정도 적응은 했으나 정이 들진 않았다. 대출 이자며, 관리비며 집 때문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 대비에서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크게 없었다. 그렇다면 서울에 부모님 집 놔두고 굳이 콩알만한 원룸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는거다!


3년동안 혼자 살았는데,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아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안부 전화가 간간히 오지만 같이 살면 지금 어디냐, 언제 들어오냐는 연락이 수시로 올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쉬고 있는데, 노크없이 내 방에 불쑥 들어와 짜증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걸어서 15~20분이면 회사에 도착하지만, 이제는 1시간 이상의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한다. 모든 일에는 1장 1단이 있듯이, 부모님과 같이 살면 좋은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출퇴근까지 걸리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다. 지금보다 여유가 생기는 자금을 실제로 저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빨래며 요리, 설거지 등 집안일에서도 해방이다! 원래 집에서는 집안일은 내가 잘 안 했으니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많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부모님과 자주 접촉할 수 있고, 대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는 인기척이 있어서 가끔씩 느끼는 사무치는 외로움과 공허함도 줄어들 것 같다.  


환경은 사람의 많은 것을 바꾼다. 강남이 아닌 강북에서, 나홀로 자취생활이 아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삶은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 패턴의 많은 부분을 바꿀 것이다. 과연 또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다른 건 다 그렇다쳐도 지금보다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 운동도 제대로 안한지 수 개월이고, 재택근무가 지속되다보니 수면 패턴도 바뀌어서 불면의 나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잘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잠도 잘자는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이 잦은 직장인 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