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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됨과 공생해야 하는 특별한 시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
나무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 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 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나무의 나이테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단단해진다. (죽지 않는다면) 오래된 나이테를 보면 나무의 젊은 시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젊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쌓이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제일 소중한 것을 품고 나무는 울창함을 더해간다. 나의 삶도 그렇겠지.
지나온 시간과 젊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내 안에 존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지가 많고 잎이 푸를수록 주변에 풀과 꽃이 나고 어린아이가 뛰어놀 수 있겠지.
어쩌면 나무는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공기와 같은 시간이 심장까지 들어와서 내쉬고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