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성지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만한 곳에 말이다. 당고개 순교 성지는 매끈하게 지어진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자리한다. 높은 아파트 속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지는 묻고 있다.
당고개 성지는 대표적인 순교 성지이다. 기해박해 때 이틀 동안 천주교 신자 열 명이 처형 당한 곳이다. 그 중 아홉 분이 성인품에 올랐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 또한 이곳에서 처형 당했다.
박해 시절 받아들 최양업을 제외한 다섯 자식과 함께 옥에 갇힌 이성례 마리아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배교를 하고 옥에서 나온다. 자식들을 무사히 안전한 곳에 피신 시킨 후, 자신은 신앙의 믿음을 지키려 홀로 감옥으로 돌아간다. 모진 고문 끝에 참수 당하기 하루 전, 자식들은 사형 집행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어머니를 단칼에 베어 줄 것을 눈물로 부탁한다. 우리가 듣기에 끔찍한 부탁이라 생각될 수 있으나, 당시 침수는 무딘 칼로 여러 차례 목을 내리쳐 고통 중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었다. 어린 자식들은 어머니의 고통을 덜고자 부탁을 한 것이다. 이에 감동을 받은 사형 집행인은 밤새 칼을 갈아 날을 세워 자식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일시적 배교를 택하였지만, 진심이 아닌 배교를 회개하고 순교로 믿음을 지킨 이성례 마리아. 그리고 그러한 어머니의 뜻을 알고 믿음으로 어머니와 천주를 따른 자식들. 성가정의 단단하고 올곧은 모습 그 자체라고 하겠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는 수많은 가정이 있을 것이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가족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가족이 서로의 뜻을 알고, 어디에 지향을 두고 함께 해야하는가 생각해보게 한다. 아파트 단지 속 당고개 성지는 괜히 재개발의 바람을 피해간 것이 아니었나보다.
#높다란아파트한가운데 #고요한당고개순교성지 #믿음의중심 #그엄마의그자식
당고개순교성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계동 56번지(청파로 139-26) 당고개 성지
02) 711-0933
홈페이지: http://www.danggoga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