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2. 로스아르코스-비아나
걷는 지대가 높아짐이 느껴졌다. 나는 분명 평지를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길 옆으로는 높낮이가 다른 들판이 즐비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이 나오기도 하고. 그렇게 금세 비아나에 도착했다. 그래서 여기서 첫 공립 알베르게에 갈 수 있었다. 그동안은 늘 예약 가능한 사립 알베르게 중심으로만 다녔다. 짐을 풀고 씻고 나오니 아직 볕이 좋았다. 알베르게 뒤편으로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었다. 넓은 담벼락에 올라 앉아 잠시 볕을 쬐었다. 드라이어기가 없어도 젖은 머리가 바짝 말랐다. 따뜻한 햇볕에 내 몸도 마음도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거리 구경을 나갔다. 시에스타 시간이라 대부분 문을 닫아서 나는 우선 성당 위치, 슈퍼 위치 등을 확인하며 마을을 한 바퀴 걸었다. 이전 마을들과 또 다른 분위기였다. 좁은 길과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얼마 있지 않아 미음씨, 기역언니, 지읒씨를 길에서 만났다. 이들도 오늘은 비아나였다. 저녁에 같이 삼겹살을 먹자고 얘기하고 우리는 슈퍼에 가서 장을 봤다. 민폐가 되지 않게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주방의 불과 싱크대 등을 후딱 썼다.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지만, 주방에서 제일 민폐는 불을 오래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른 저녁을 택하고 주방이 한가할 때, 그때도 비교적 빠르게 쓰고 치웠다.
과일 후식까지 배부르게 먹고 그들은 야경을 보러가고 나는 미사를 드리러 갔다. 미사 드리고 오는 저녁 길도 정다웠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야경을 보러 나갔다. 하루가 이렇게 채워지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