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는 칠흙같은 새벽이었다1

by 혜리영

달이 없는 칠흙같은 새벽이었다. 걷다보면 하늘이 밝아지고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해가 오르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뜨고 아침을 먹을 겸 바로 보이는 바르에 찾아갔다. 휴게소 같은 분위기였다. 많은 순례객이 아침을 먹고자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작가 아저씨와 몇몇 한국인 순례자들을 만났다. 서로 걷는 속도와 도착하는 곳이 다르니 언제 또 만나겠냐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작가 아저씨는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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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 끝에 자리한 작은 경당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은퇴하신 수녀님 한 분이 계셨다. 그리고 순례자들을 맞이하시며, 기적의 성모 메달을 나눠주셨다. 나는 밖에서 잠시 걷느라 지친 다리를 조금 쉬다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작가 아저씨가 수녀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때마침 들어온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두 분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수녀님께서 축복의 기도(아마도)를 해주시고 기적의 성모 메달을 주셨다. 눈물이 났다. 수녀님은 괜찮다며 안아 주셨다. 오늘이 며칠째인지도 모르고 걷고 있었다.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으나 막상 걸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같이 걷기도 하고 혼자 걷기도 했지만, 결국은 늘 혼자였다. 알베르게에서 혼자 나왔고, 알베르게로 혼자 들어갔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내 머릿속에는 ‘허벅지-엉덩이’만 외고 있었다. 그런 때에 만난 작은 경당의 소박함과 은퇴하신 연로한 수녀님의 음성은 따스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과 선. 지평선이 이런 거겠지. 메세타, 고원지대를 걷는 중이었고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곳이었다. 눈 앞에는 온통 끝없는 선 뿐이었다. 5월이었으면 만개했을 그러나 지금은 다 지고 말라버린 해바라기 밭도 지나고. 무엇을 심었을지 모를 이미 추수한 빈 밭을 지나고. 그런데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이렇게 새파란 하늘과 이렇게 끝없는 선만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길에서 작가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작가 아저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러 번 오셨고 또 순례길 이야기로 책도 냈다고 했다. 이번 길은 그 책을 가지고 책에 나온 길을 따라, 그곳의 도장을 책에 찍으며 걷고 있다고 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무척 잘 찍으셨는데, 내 사진도 몇 장 찍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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