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는 칠흙같은 새벽이었다2

by 혜리영

그리고 도착한 작은 마을 오르니요스. 이곳에서 대모님 부부를 다시 만났다. 내가 잡은 숙소에서 나는 다인실 그분들은 개인실에 묶으셨다. 다른 사람들이 주방을 쓰기 전에 우리는 먼저 주방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깐깐한 여주인은 오일이나 조미료를 못 쓰게 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다른 주방 사용법이 싫었던 듯 했다. 대모님 부부와 여주인 사이에서 짧은 영어와 더 짧은 스페인어로 중간 통역(?)을 하며 특히 여주인의 불안을 안심시켜주려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조미료 몇 개를 자물쇠가 달린 찬장에 넣어버리고서는 자리를 떴다.


솜씨가 좋은 로사리아 선생님은 스페인의 상추를 사와서 겉절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제비와 호박 부침. 와인 한 잔 곁들인 한식은 맛있었다. 특히 로메인 상추로 만든 겉절이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각자 쉬었다. 다음 어느 길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그리고 남은 부침개를 가지고 있다가 저녁에 또 먹으라고 싸 주셨다.

개인실 주방에서 나와 다인실 건물로 넘어가는 길에는 이곳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바르가 있다. 그리고 바르에는 작가 아저씨가 앉아서 맥주를 드시고 계셨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손에 들린 남은 부침개를 드렸다. 아저씨는 거절하는 법 없이 흔쾌히 받아 드셨다. 그리고 이곳 성당에서 저녁 미사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오예, 저녁 미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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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과 달리 성당 내부는 크고 멋졌다. 미사를 마치고 순례객들을 앞으로 부른 신부님. 이어서 각자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기도문을 주셨는데, 누군가 손으로 쓴 기도문이었다. 그날 모인 사람 중에서 한국인은 작가 아저씨와 나 뿐이었다. 기도를 마치고, 각국을 하나씩 부르며 노래를 요청했다. 나는 무슨 노래를 불러얄지 몰라 우물쭈물 했는데, 작가 아저씨는 곧바로 ‘울뜨레이아’라는 노래를 불렀다. 멋진 모습이었다. 다 같이 단체 사진도 나서서 찍어주셨다. 어쩌다가 나는 신부님 앞에 서게 되었는데 단체 사진을 찍으며, 신부님께서 내 머리에 손을 얹어 주셨다. 안수를 받은 듯 마음이 충만해졌다.



이곳 성당에서 받은 한글로 적은 순례자의 기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순례의 길을 축복하소서

전능하신 주 하느님
우리들이 당신께 기도드립니다.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
저희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주님의 뜻에 따르게 해주소서.
저희의 순례길을 도와주시고
저희의 의지가 약해지지 않도록 해 주시고
저희를 어둠 속에서 보호해 주시고
밤에 빛나는 별처럼 은혜와 은총을 주소서.
하느님과 저희들이 함께 산티아고 가는 순례를 도와주시고
저희들을 산티아고 끝까지 낮과 밤으로
하늘에서 축복을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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