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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2월 6일 주제 - 꿈

by 생각샘 Feb 06. 2025

 잠을 자고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아빠한테 무언가 푸념하는 소리였다. 비몽사몽 꿈결을 헤매고 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아니 ㅇㅇ이가 글쎄 오줌을 쌌더라고! 하필 그 여편네가 보는 데서 이불을 확 걷었는데 ㅇㅇ이가 그렇게 실수를 해놨을지 내가 어떻게 알았어. 아이구, 그 여편네 입도 싼 데 온 동네방네 소문 다 나게 생겼네. 어쩜 좋아!”

‘ㅇㅇ이가 오줌을 쌌다고? ㅇㅇ? 나?’

잠이 확 달아났다.

‘무슨 소리야. 내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고? 그 빅마우스 아줌마가 그걸 봤다고?’

이불을 확 걷어봤더니. 어랍쇼. 정말 이불도 축축하고 바지도 젖어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폭풍 잔소리로 랩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딸이 자고 있는 방으로 동네 아줌마를 불러와서 왜 이불을 들춰 보여주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엄마가 너무 미웠다.

“엄마!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 왜 나한테 그래! 엄마 미워!”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지르고 싶었다. 그런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으으으으으. 신음소리만 나온다. 그 신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꿈속에서 잠을 자다 봉변을 당하는 꿈을 꾼 것이다. 아니, 뭐 이런 그지 같은 꿈을! 나이 반백살을 앞두고 이불에 실수하는 꿈을 꾸다니.

 핸드폰을 보니 새벽 6시 13분이다. 카톡에 빨간 점이 생겨있다. 100일 글쓰기방에 주제가 올라왔다보다. 오늘 주제나 볼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 꿈속의 꿈을 꾸다 깨어났는데... 글쓰기 주제가 꿈이라니! 혹시 이것도 꿈인가? 몽롱하다.


꿈 (명사)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2번을 생각하며 글을 썼을 텐데... 하필 악몽을 꾸다가 일어나서 1번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꿈풀이를 찾아봤다.


이불에 오줌 싸는 꿈은 순간적인 실수로 인하여 망신살이 뻗치고 낯 뜨거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나 좋게 해몽을 하면 재물과 돈이 생기는 꿈이라고 한다. 꿈속에서의 기분에 따라 풀이가 달라질 수 있단다. 그런데 몹시 불쾌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최고의 빅마우스 아줌마가 그걸 봤다 하니 온 동네방네 망신스러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질 것 같다. 불안하다. 종일 머리 위에 먹구름이 동동 따라다닌다.


 순간적인 실수. 망신살. 실수. 망신살. 조심해야지. 실수하지 말아야지. 조심 또 조심. 말실수 조심. 몸 실수 조심. 조심조심 하루를 잘 버텨내야지. 음..그런데,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며 그림책 한 권이 퍼뜩 떠오른다. 말실수 때문에 망신살 제대로 뻗친 범수의 이야기다. 오호라,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첫 시작도 나랑 비슷하다. 꿈에서 깨면서 시작한다. 꿈속에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랑 막 손을 잡으려다 엄마 때문에 깬 범수가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다 혼이 난다. 항상 말꼬리가 짧은 범수는 할머니와 아빠에게도 실수하고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실수를 한다. 이런 범수의 말 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할머니와 엄마가 작전을 짠다.


이미 유명한 이 책은 <아드님, 진지 드세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이야기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제법 불꽃 튀는 토론 주제도 있다.


‘범수가 선생님 앞에서 한 혼잣말은 반말일까 아닐까?’


 토론을 하면서 반말이 아니라는 아이와 반말이라고 하는 아이의 상황이 재미있다. 반말이 아니라고 하는 아이는 본인이 그렇게 했다가 혼쭐이 나 봤고 반말이라는 아이는 그런 친구를 보면서 쟤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해본 아이다. 각자 자기 경험을 가지고 판단하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참 귀엽다.


 아무튼 짧은 말꼬리 실수 때문에 학교와 태권도장에서 하루종일 망신살이 제대로 뻗친 범수는 그 망신살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더 성장할 것이다. 나도 조심조심. 그래도 무언가 실수를 했다가 망신살이 뻗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위기를 잘 극복하고 더 성장하는 수밖에. 꿈은 그냥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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