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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 아름다운 까마귀.

2월 8일 주제 - 사춘기

by 생각샘 Feb 08. 2025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작아? 나는 왜 이렇게 작고 마르고 약하지? 친구들은 키도 엄청 크고 튼튼한데, 왜 나만 이러지?  
나만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노래도 못해. 춤도 못 춰. 악기도 잘 못 다루고. 운동도 못하고. 치아도 부정교합이고. 나는 이담에 어떻게 살아야 해?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고민으로 폭풍 속을 헤매는 아이의 푸념이 길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사춘기도 힘든 와중에 면역 치료, 성장 치료, 부정교합 교정까지 받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아이의 하소연에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중학생이 되더니 까만 패딩, 까만 후드, 까만 가방, 까만 운동화로 온몸을 감싼 아들의 모습을 보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친구들과 스스로 비교하며 상처받은 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조용히 아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나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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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탕괴물>, <파이팅!>, <공포의 새우눈> 등을 쓰고 그린 작가 미우의 그림책이다. 날개를 다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까마귀는 깊은 산으로 숨어든다.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까마귀에게 들리는 낮은 소리가 심장을 파고든다. 자기 살을 파먹는 자학의 소리가 아닐까?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다 홀연히 유금빛이 일렁이고, 다시 석록색으로 반짝인다.
해가 비추면 자줏빛이 떠오르고, 눈이 어른어른하더니 비취색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푸른 까마귀라고 말해도 괜찮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고 말해도 또한 괜찮을 것이다.
그 새에게 본디 정해진 빛이 없는데,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린다.
어찌 눈으로만 정했으리오. 보지 않고도 마음으로 미리 정해 버린 것이다.


-연암 박지원, <연암집> 제7권 별집 중 능양시집서에서 발췌


작가 미우는 연암 박지원의 글을 보고 ‘나를 향한 타인의 시선에 깃들어 있다고 여긴 선입견과 편견이 결국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강화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 아이도 내면의 성장통을 겪고 나면 깨달음을 얻길 바라본다. 그리고 힘차게 날아오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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