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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2월 10일 주제 - 감정

by 생각샘 Feb 11. 2025

엄마가 불안해도

엄마가 슬퍼도

엄마가 화가 나도

엄마가 짜증이 나도

안된다.


여차하면

아이가 쓰레기통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 쓰레기통.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아직 서투를 때,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엄마로 느끼는 낯선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를 때,

깊은 마음속으로 꾸역꾸역 눌러둔 화가

물속의 공처럼 튀어올라 아이를 해칠 때가 있었다.


그때 그림책을 한 권 보고 펑펑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오늘 그 그림책을 소개해주고 싶다.

유타 바우어의 <고함쟁이 엄마>


엄마의 고함을 듣고 아이는 몸이 조각나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간다.

두 발만 자리에 남아 조각난 몸들을 찾으러 헤매지만 두 눈이 우주로 날아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부리가 산꼭대기로 날아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사막을 방황하던 아이의 발은 아이의 조각을 모아 꿰매고 있는 엄마를 만난다.



이 책을 읽어주면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소리 질렀는지 다 알 수 있다.

“얘들아! 지금 엄마 펭귄이 아기한테 뭐라고 소리 질렀을까?”

이 질문 하나면 아이들이 평소에 무슨 말을 가장 많이 듣는지 다 나온다.

“빨리 밥 먹어!”

“빨리빨리 하라고!”

“양말 신으라고!”

“엄마가 몇 번을 말했니!”

“밥을 삼키라고!”

“내려 와!”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지! “

아이들의 이런 대답을 들으면 나도 몹시 찔린다. 나 역시 평소 아이에게 자주 하던 잔소리다.


 엄마들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주면 ‘헉’ 소리가 나도록 놀란다. 흩어진 아이의 조각을 찾아 꿰매고 있는 엄마 펭귄을 보며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엄마도 있고 목에 메여 말이 잘 안 나온다는 엄마도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엄마의 감정도, 아이의 감정도 몇 장 안 되는 그림과 글로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다독여주고, 관계를 치유해 주는 그림책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림책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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