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주제 - 색
당신은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 색으로 그 사람의 특징과 심리를 알 수 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사실 누가 그걸 백 퍼센트 믿겠어요. 저도 믿지는 않지만 그냥 재미로 보는 거지요. 재미로. 하하핫.
그래서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혹시 파란색?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차분하고 평온한 성향을 가지며, 현실적이고 신중한 판단력을 갖추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한다고 합니다.
아니 아니 빨간색이라고요?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열정적이고 활기찬 성향을 가지며,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라고 합니다. 대담하고 주도적인 성격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정말 그런가요?
전 주황색을 좋아해요. 오렌지 빛깔의 반짝이는 주황색이요. 뭔가 따뜻하면서도 화사하고 밝은 느낌의 색이지요. 이런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열정적이고 활기찬 성향을 가지며,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즐긴다고 하네요. 적극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역시나 믿을만한 건 못 되는군요. 전 그렇게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아니거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전달하는 사람은 되고 싶네요.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하지만 제가 정말 정말 부러워하고 닮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어요. 바로 색을 잘 쓰는 사람이에요. 그림책 동아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 부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다양한 색들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사용하고 색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너무너무 부러워요. 전 그런 센스는 정말 개미똥구멍만큼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센스를 장착한 사람이 만든 그림책을 보고 놀라 까무러칠 뻔했어요. 며칠 전에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표지부터 눈길을 확 끄는, 무려 ‘형광 주황색’으로 그린 그림책이 있더라고요! 당연히 빌리려던 책을 찾는 것도 잊은 채 서서 완독을 했습니다. 이야기도 따뜻하고 감동적이었지만 그 감동을 색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놀라운 작가의 책이었어요.
제목은 <페퍼와 나>.
베아뜨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책이랍니다. 이 작가는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태어나 1999년 <너무 바쁜 엄마>를 출간한 후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페퍼와 나>는 2024 뉴욕 일러스트레이션 협회 선정 ‘그림책 원화’ 대상작이라고 하네요.
색을 어떻게 저렇게 쓸 수 있을까요? 세상에나! 주인공 머리카락 색 좀 보세요! 전 정말 이 그림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답니다. 사진으로는 책으로 볼 때처럼 형광느낌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요. 실제로 보면 종이를 뚫고 나올 듯한 형광색 컬러가 눈에 확 들어온답니다. 멀리서 있었는데도 표지의 강렬함에 자석처럼 끌려가서 책을 집었다니까요! 저는 색을 잘 모르지만 주인공의 후드티 색도 범상치 않아요. 물에 젖은 듯한, 늦여름의 짙은 나뭇잎색이 어쩐지 형광주황빛의 머리카락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아~! 저도 저렇게 감칠맛 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전 똥손이에요. 그래도 다음번 그림책엔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눈에 선하지만 그래도 꼭 도전해 볼래요. 아이고, 색에 대한 감탄만 하다 보니 수업하러 갈 시간이네요. 정작 책 내용은 입도 뻥긋 못했군요. 페퍼가 누군지 궁금하면 꼭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