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주제 - 요일
오늘 무슨 요일이지?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도 뜨지 못한 채 가장 먼저 이 생각부터 한다. 25년 전부터 생긴 습관이다. 요일마다 수업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요일마다 하루 일정이 다르다. 나가야 하는 시간도 퇴근하는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아침에 눈뜨면 자연스럽게 이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수요일이라면, 빨리 일어나야겠다.
목요일이라면, 오늘 바쁘겠구나.
금요일이라면, 좀 더 누워있어 볼까?
토요일이라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떡!
일요일이라면, 왜 눈을 떴을까? 더 자자.
월요일이라면, 아 슬슬 일어나야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요일이라면, 씩 웃음이 나온다.
나는 화요일이 좋다. 화요일은 수업이 없다. 직업 특성상 주말이 바쁘고 대신 평일 중 하루인 화요일에 쉰다. 그림책 만들기 동아리인 ‘그림책 스케치’도 화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화요일이 더 좋아진 이유다. 화요일은 아이랑 남편도 일찍 나가고 나는 대체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직업을 떠나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친구를 만나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밀렸던 집안일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한다. 직업인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한 인간으로 보내는 시간이다. 온전히 나로 보내는 이 시간이 참 달콤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좋아하는 화요일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친구가 있다. 화요일의 두꺼비, 워턴이다.
<화요일의 두꺼비>는 러셀 에릭슨의 창작동화다.
마음씨 착한 워턴은 눈이 쌓인 한 겨울에 고모에게 딱정벌레 과자를 가져다주고자 모험을 떠난다. 형 모턴도 말리고 눈밭에서 만난 사슴쥐도 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비겁하고 심술궂은 올빼미에게 납치를 당한다.
올빼미는 돌아오는 화요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그때 워턴을 잡아먹겠다고 한다. 하지만 씩씩하고 명랑한 성격을 타고난 워턴은 한숨 한번 쉬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을 청소한다. 평생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 이름도 없는 올빼미에게 이름도 지어준다. 조지. 올빼미 조지는 이 화요일의 두꺼비 워턴에게 천천히 빠져든다. 약도 없다.
솔직하고 유쾌하고 명랑한 워턴은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지옥을 천국으로 바꿀 것 같은 친구다. 내가 좋아하는 화요일에 딱 어울리는 친구다. 워턴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다면 꼭 이 책을 꼭 만나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