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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물

2월 7일 주제 - 선물

by 생각샘 Feb 07. 2025

 어릴 적에 우리 엄마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패물은 금으로 된 십자가 목걸이였다.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엄마가 결혼생활 15년 동안 아끼고 아낀 돈으로 산 유일한 장신구였다. 내가 엄마 목에 걸려있는 그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면 엄마는 ‘너 시집갈 때 줄게.’라고 말했다.

 우리 집 앞에는 피아노학원이 있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나는 허공에 대고 피아노 치는 흉내를 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엄마한테 나도 저렇게 연주하고 싶다고, 피아노 학원을 보내달라고, 피아노를 사달라고 졸랐다. 피아노 학원은 바로 보내주셨지만 형편이 그다지 넉넉하지 못해 피아노를 사줄 수는 없었을 거다. 그래도 난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 왔더니 엄마가 방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방에 들어갔더니 반짝이는 까만색 영창 피아노가 있었다. 낡은 중고 피아노였지만 소리가 맑았다.


딸, 엄마가 주는 선물이야!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신나서 동동거리며 엄마에게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해 주었다. 아름답게 웃고 있는 엄마의 목에 십자가 목걸이가 없었다.

 엄마가 준 그 선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나 때문에 포기했던 엄마의 청춘이 마음 시리다. 나는 참으로 못되고 이기적인 딸년이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나와 없어>

현대 그림책 장인으로 평가받는 어린이책 작가이자 화가인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책이다.

주인공 라일라와 라일라의 소중한 친구 없어의 이야기다.

나와 없어. 없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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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어’는 ‘나’의 상상친구이다. ‘없어’는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친구다. 하지만 ‘나’인 라일라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소중한 ‘없어’도 잃을 뻔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없어는 위로와 격려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라일라의 한숨에 그건 아니라면 위로해 주는 없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나도 어릴 때 그런 상상친구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도 그걸 믿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엄마의 십자가 목걸이를 희생시킨 피아노를 더 귀하게 썼을 텐데. 나는 나를 믿지 않아 너무 어리석은 짓을 했다. 다행히 라일라는 나보다 현명했다. 그런 라일라에게 아빠는 엄마가 오래전에 준비한 선물을 전해준다. 심장이 쿵 내려앉을 것 같은 선물이다. 혹시 궁금해서 책을 찾아본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엄청난 반전이!



덧.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책의 출판사 논장의 관련자가 내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림책 속에서 화자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다가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다가 다시 또 은근슬쩍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달라지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묻고 싶다. 단순히 옮긴이의 실수인가? 아무튼 그래서 이야기의 몰입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책을 읽고도 이해를 잘 못한다. 그래서 꼭 반복해서 읽어주며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게 좀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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