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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흥얼거리는 교실이데아

2월 5일 주제 - 학교

by 생각샘 Feb 05. 2025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 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이 노래가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 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정말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교실에 들어가 앉아있지 않으면 담임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얻어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3년째 보내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동네에서 유명한 소위 ‘날라리 학교’였다. 교복 자유화의 물결이 끝이 나고 주변의 다른 학교들은 모두 우리 학년 아이들부터는 다시 교복을 맞춰 입었다. 우리 학교만 빼고. 우리 학교는 정말 특이한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그나마 있던 규정도 싹 다 없애버리셨다.


교복? 불편해 그런 거 하지 마.
명찰? 배지? 그런 거 일제 치하의 잔재야. 아침에 힘들게 등교하는 애들이 그런 것도 챙겨야 해? 하지 마.
실내화? 가방도 무거운 애들한테 뭘 그런 걸 들고 다니라고 하니? 애들 귀찮게. 하지 마.
두발제한? 어릴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라고 해.
염색?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 어릴 때 해야 예쁘지. 늙으면 이쁘지도 않고 그런 거 시켜도 안 해.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시라고 선생님들이 교실에 와서 교장선생님 흉내를 내며 말씀해 주셨다. 어떤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너무 좋은 분이라고 치켜세웠고, 어떤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정신줄을 놓으셨으니 너희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겁을 주셨다. 아무튼 그런 교장 선생님이 있는 그런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한참 유행하는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헤드뱅잉을 하며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도 가사에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학교에 가는 게 너무너무 신이 났다. 선생님들의 수업이 너무 재밌었다. 키가 작으신 문학 선생님은 매일 라디오를 가지고 오셔서 오프닝 음악을 틀고  ‘별이 빛나는 밤에’ DJ처럼 진행을 하며 수업을 하셨다. 날씬하고 패셔너블한 지구과학 선생님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사실들을 본인의 연애 경험과 섞어가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한문 선생님은 사자성어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유쾌한 성대모사와 함께 마치 조선시대 전기수라도 된 양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셨다. 선생님들이 모두 입담꾼이셨고 나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기다렸다. 비록 조그만 교실에 갇혀있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신기하고 궁금했던 것들을 저렇게 재밌게 알려주시는데 왜 그걸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나로선 서태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내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냥 수업만 재미있게 들었다. 아마도 내가 학교 가는 걸 좋아했던 건 성적을 가지고 줄 서기를 시키지 않은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난 살면서 한 번도 백점을, 1등을 강요당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학교가 재밌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알몸으로 학교 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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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차이를 이해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이 책을 읽어주기 위해 꺼내면 아이들은 비명부터 지른다. 피에르가 어쩌다 알몸으로 학교에 갔는지, 피에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표지만 봐도 궁금하지 않은가? 알몸으로 학교에 온 피에르를 처음 본 피에르 친구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수업을 하면서 그 장면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대한민국 어느 학교를 다녀도 행복해질까?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교실‘이데아’가 환상 속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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