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너희들의 인생이 충분히 아름답길

2월 4일 주제 - 인생

by 생각샘 Feb 04. 2025
“아~ 인생!”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수업을 하면서도, 집에서도, 무슨 유행어 같다. ‘얘들아, 오늘 숙제는...’ 다 듣지도 않고 숙제라는 말만 나오면  누군가 한 녀석이 꼭 저 말을 하며 쓰러진다. 아~ 인생! 그래, 뭐 숙제에 찌든 인생 지겨울 수 있지 싶어 이해를 하다가도 꼭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도 않는 녀석들이 더 저러니 어이가 없다. ‘얘들아, 오늘은 천자 원고지 꽉 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한 녀석이 책상 위로 엎어진다. 아~ 인생! 또 인생 타령이다. 오늘 니 인생은 글 쓰는 걸 잘 배우는 인생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인생을 찾는 녀석이 우리 집에도 하나 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폭풍 속을 헤매고 있는 녀석과 대화는 대체로 이렇다.

 

“아들~ 숙제 다 했...”

“아~ 인생!”

“야 이 녀석아, 엄마 아직 말도 다 안 끝났다.”

“아~ 인생!”

“니 인생이 뭐! 잘 살고 있는 학생 인생이지!”

“아~ 인생!”


 대체 아이들이 왜 저렇게 인생 타령일까?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어느 유튜버가 퍼트린 말일까?


 우리 동네에 인기가 많은 영어 과외 선생님이 있다. 서로 그 선생님께 수업을 듣게 하려다 보니 선생님의 수업시간을 두고 엄마들의 신경전이 나름 치열하다. 학교 다녀와서 간식을 먹이고 수업하고 와서 저녁 먹기 딱 좋은 5시에서 7시 타임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본인의 아이가 수업시간에 밀려 마지막 타임 수업을 듣게 되면 시간이 너무 늦다고 푸념들이 대단하다. 그런데 그 푸념의 이유가 나는 꽤 충격적이었다. 밤 10시에 끝나고 집에 오면 10시 반인데 씻고 뭐 좀 먹고 하면 11시라고. 그럼 언제 재우냐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엄마도 저 엄마도 약속이나 한 듯 그럼 수학숙제는 언제 하냐고 하소연이다.


아... 아이들이 인생 타령을 할 만하다. 인정이다 인정. 우리 정말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는 게 맞을까?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AI에 밀려 직업도 많이 사라질 거라고 한다. 살아남은 소수만 큰돈을 벌고 나머진 하루하루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빈부격차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살아남은 소수가 되게 하려면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들 한다.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은 좋지만 아이들이 영어 수학 학원의 노예가 되어 종일 숙제만 잡고 씨름하면서 인생 타령을 하는 건 어쩐지 서글프다.


이런 우리 아이들에게 게리 폴슨의 <손도끼>를 추천해주고 싶다. 이 이야기는 캐나다 북부 삼림지대에 불시착한 열세 살 소년 브라이언의 생존기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생이 달라진 브라이언의 성장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거라고 믿는다. 홀로 살아남은 숲에서 브라이언이 깨달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법칙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얘들아, 너희들의 인생은 소중하고 아름답단다.


이전 04화 저 불빛은 희망일까? 고문일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