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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Jan 09. 2025

미움도 전염이 되나요?

1월 9일 주제 - 친구

 며칠 전 꿈을 꾸었다. 긴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나도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옆자리 사람이 나를 흘낏 보더니 귀에 귀지에 튀어나와 있다고 했다. 내 손 위에 마침 가늘고 긴 집게가 있었다. 직접 하다가 피가 날까 봐 옆사람한테 빼달라고 했다. 싫다고 투덜거리더니 결국 빼주었다. 그런데.

쭈~우~우~우~욱.

커다랗고 굵은 나무뿌리가 뽑혀 나오는 것처럼 엄청나게 큰 귀지가 뽑혀 나왔다. 내 몸통보다 더 컸다. 찰나. 시원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런 깨끗하지 못한 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부끄러웠다. 잠시. 어떻게 작은 귓속에 저렇게 큰 귀지가 들어있을 수 있을까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꿈에서 깼다. 너무 신기하고 더럽고 시원하고 부끄럽고 선명하게 기억되는 꿈이었다. 그래서 해몽을 찾아봤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고 더 이상 불편함이나 스트레스 없이 새로운 일을 맞이할 수 있는 꿈이란다. 나한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일이 이거였나? 1월 5일 글쓰기에서 아들 친구 엄마이자, 내 친구이자, 학부모인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글을 올렸다. 그 친구였다. 만나자고 한다. 다음에 보자고 했다. 그동안 자기 아이한테 콩깍지가 단단하게 씌었나 보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거 같다고 했다. 부끄럽단다. 우선 네 아이와 네가 진상을 부린 그 선생님께 사죄부터 드리라고 했다. 알겠단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친구를 보니 나도 부끄럽다. 좀 더 차분하고 느긋하게 기다려 주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친구 흉을 본 나도 부끄러워졌다. 친구를 미워하는 마음을 여기저기 전염시키고 다닌 내가 더 부끄럽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친구인데 이 책이 떠오른다.


<미움전염병>

이것도 내가 만들었다. 내가 만든 책을 내가 소개하자니 또 부끄럽지만 그래도 계속해보겠다. 미움전염병은 미운 친구들만 나온다. 친구를 무시하는 친구. 친구를 욕하고 다니는 친구.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덩달아 욕하는 친구. 미움을 전염시키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년에 교리교육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만든 그림책이다. 그림은 주일학교 학생이 그렸다.


 내가 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글을 단톡방에 올렸을 때, 어떤 분이 ‘역시 이런 문제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겠죠?’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나도 해피엔딩이 안 될 것 같아 불안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새드엔딩은 아닌 듯하다. 그 친구는 자신과 아이의 문제점을 깨닫고 잘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나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다행이다. 우린 여전히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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