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해 보실래요?

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

by 올리가든

책 읽고 일상을 기록하며 사는 것은 대체로 평화롭고 간결한 삶인 듯했다. 1년을 넘어가면서 살짝 지루한 감이 들 때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소개하면서 혹시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물었다. 전에 참여했던 사업분야였다. 급하게 전담자를 새로 채용해야 하는데 경험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사실 1년 이상 공식적인 직업을 갖지 않다 보니 뭔가 더 활동적인 일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또 다른 사실은, 정기적인 수입이 심리적 여유까지 준다는 것이었다. 그 액수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만큼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월정 수입이 사라지니 좋게 말해 검소해지는 거고 내가 쪼잔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화에 금방 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일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으니 그랬다. 출퇴근 거리가 좀 먼 것도 약간의 부담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9시 출근, 6시 퇴근보다는 여유 있는 근무시간이었다. 생각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아직 그 업계에 있는 이전 동료에게 연락해 보았다.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며 출근하는 데 없으면 같이 일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의도치 않게 내가 지원한다는 얘기는 그분을 통해 퍼졌다. 담당자는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경력자들에게 연락한 모양이었다. 내가 지원한다는 걸 알게 된 분들이 자발적으로 포기했다는 농담 같은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최우수상을 받은 이력 때문인 듯도 했다. 면접날 가보니 직장경험 없는 두 분이 더 와서 면접을 보았다. 구인처에서는 충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


다시 전철을 타고 출근하게 되었다. 몇 년 만에 돌아왔지만 친숙한 일이어서 무리 없이 적응해 갔다. 50대에게는 적절한 활동이 필요하다. 움직이고 대화하고 활력이 되는 일이면 금상첨화다. 일과 일 외의 삶이 균형을 이루는 것, 누구나 바라는 워라밸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채워서 일터로 나갔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경험한 것들이 지금 일에 직접 도움이 되고 있다. 한때는 그것 때문에 괴로웠지만, 언젠가는 그 일로 덕을 보게 된다. 세상일이란 지나고 나서야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 알게 된다. 원인에 따른 결과일 때도 있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우연이 작동한 경우도 많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중에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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