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찌개

혼자 먹어도 좋아

by 올리가든

청국장찌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요즘은 냄새 많이 안 나게 띄운 청국장이 판매된다. 멸치를 몇 마리 넣고 끓이다가 청국장 한 덩어리와 두부 대파만 넣고 끓이면 되니 참 쉽기도 하다. 청국장의 콩은 조금만 으깨야한다. 청국장찌개는 콩 먹는 맛인데 너무 곱게 찧으면 국물이 걸쭉해서 텁텁하다. 여기에 어울리는 두부는 찌개용이 좋다. 그래야 밥에 올려 비벼 먹을 때 잘 으깨진다. 대파는 음식 맛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양념이다. 음식 맛이 강할 때 대파를 넣어주면 MSG를 덜 넣어도 된다. 청국장찌개에는 하얀 대파의 대궁과 초록 이파리까지 들어가면 더 맛있다.


요즘 같은 가을, 엄마가 끓여주던 청국장이 이런 식이었다. 우리 집에선 담북장이라고 했다. 여기엔 꼭 흰쌀 밥이어야 했다. 콩밥도 잡곡밥도 어울리지 않았다. 농사지은 햅쌀밥을 먹을 수 있는 늦가을, 쌀밥은 기름이 졸졸 흘렀다. 갓 지은 밥은 맨밥만 한 술 떠먹어도 차지고 단맛이 났다. 아끼바리라고 부르던 추청쌀을 최고로 쳤다. 지금은 압력밥솥이 밥을 하니 쌀이 좋고 나쁜 차이가 별로 없다.
밥 위에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숟가락으로 푹푹 퍼 올렸다. 후후 불면서 술술 비벼 먹다 보면 다른 반찬엔 손이 안 갔다.

스물몇 살 때, 첫 직장에서 신참이었을 때였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방으로 여행 갔다가 오는 길인데 아침밥사줄 수 있냐고 했다. 출근시간이 얼마 안 지나서였으니 10시 전이었다. 만나보니 남자 친구랑 밤 기차를 타고 올라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단다.

당시만 해도 연인들이 밤기차를 타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결혼 안 한 남녀가 숙소에서 밤을 지낸다는 걸 부끄럽게 여기던 때였다. 배고프고 꾀죄죄한 두 청춘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인사도 나누기 전에 셋이서 크게 웃었다.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백반집으로 갔다. 기사식당이나 김밥 집 같은 게 별로 없던 도시였다.

두 사람은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는 청국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아침을 먹고 출근한 터라 두 사람만 밥을 먹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봉긋이 담긴 흰쌀밥에서 모락모락 김이 났다. 그 청년은 밥을 먹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썰렁한 날씨에 피곤하고 배까지 고팠으니 그랬을 거다. 그 남자를 다시 본 일은 없다. 내 친구랑 찾아와서 청국장을 먹으며 행복하다고 하던, 80년대 청춘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지금은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후에 직원들과 그 식당에 가서 청국장을 먹게 되었다. 그 집 청국장은 돼지비계가 들어갔다. 기름 맛이 고소했다. 자취집에서 그대로 끓여봤지만 그 맛이 나진 않았다.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면서 가끔, 아주 가끔 청국장을 끓인다.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 서다. 아들도 어릴 때는 잘 먹더니 스물이 넘은 언제부턴가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 같이 가을비 썰렁하게 내리는 날이나 추운 겨울날, 점심으로 혼자 청국장을 끓인다. 엄청 맛있는 식사, 만족도 가득이다. 클래식 FM을 들으며 따스한 청국장에 밥을 먹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큰 행복이다. 함께 먹으면 더 좋지만, 혼자라도 맛있는 건 맛있다. 오늘 점심은 익은 배추김치 한쪽을 잘게 썰어 넣고, 파김치도 넣었더니 더 맛이 난다. 다른 가족이 싫어한다고 이런 소확행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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