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탕과 족발국수

끈적하고 고소한 힘나는 맛

by 올리가든

친구와 배낭 메고 뚜벅이로 여행하면서 제주민속오일장에 간 적이 있다. 전통시장답게 이것저것 없는 게 없었다. 시장 한쪽으로는 식당도 서너 집 있었다. 그중 사람이 많은 집에 들어갔다. 모둠순대 한 접시를 놓고 반주로 소주를 마시는 아저씨, 마주 보고 앉아 국수를 먹고 있는 중년 남녀도 보였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족탕과 고기 국수, 비빔과 멸치국수, 순대 모둠이 있었다. 나는 메뉴판 맨 윗줄에 있는 족탕을 먹어보겠다고 했고 친구는 멸치국수를 시켰다.


육십 줄에 들었을듯한 주인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족탕 자셔 보셨어?"

"처음인데요. 족발을 어떻게 요리한 건가요?"

"돼지족을 푹 끓인 건데 처음이면 좀 느끼할 수도 있는디?"

"저 느끼한 것 잘 먹어요. 아주 많이 느끼한 것 아니면 그냥 그걸로 주세요."


멸치 국수가 나오고 이어서 족탕이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족탕 국물이 뽀옜다. 중간 크기의 족을 푹 곤 것 같았다. 국물 맛을 보니 간도 맞고 구수했다. 생각보다 제법 괜찮았다. 사실은 족탕이라는 좀 평범하지 않은 음식을 알게 된 것이 좋았다. 그래서 먹어보기로 한 거였는데 제주 가면 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기름기가 많아서 매일은 아니고 한 달에 두어 번 먹으면 맛있을 음식이었다.

음식 이름이나 모양을 보면 거부감도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여행지의 음식이 좋았다.


족탕은 콜라겐 덩어리였다. 담백한 것 좋아하는 분은 못 먹을지도 모르겠다. 푹 고아 낸 국물에 푸릇한 부추가 들어가서 시각적인 맛이 더해졌다. 고기는 조금 끈적한 듯하며 부드러웠다. 뼈를 발라내며 먹고 있는 내게 친구가 물었다.

"맛 괜찮아?"

"맛있는데. 먹어볼래?"

"아니, 난 보기에 좀 그래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지는 않아."

돼지 족발도 이상하다고 못 먹는 분들이 보면 족탕 먹는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족탕과 재료는 같은데 여기에 국수가 들어간 족발 국수도 있다. 타이베이 여행중에 찾아간 족발 국숫집은 소박하다 못해 허름한 식당이었다. 그 도시에서도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라고 했다. 족탕은 잘 고아진 미니 족을 통째로 주지만 족발 국수는 거기에 소면을 더한 것이었다.

족을 먹기좋게 잘라서 국수 위에 얹었다. 기름기도 안 뜨고 뽀얀 국물이 구수하고 간도 딱 맞았다. 그날은 점심이 많이 늦어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그래서 였는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나 싶었다. 먹다 보니 다른 사람은 절반이나 남았는데 내 그릇이 거의 비었다. 언제 그걸 보았는지 함께 먹던 분이 국물과 국수를 더 달라고 해서 리필해 주었다. 그 기막힌 한 그릇이 우리 돈 4천 원이었다.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생각지 않게 입에 맞는 음식을 만날 때 행복하다. 좋아하는 음식이 한 가지 늘었다는 것, 맛있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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