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느끼한 속을 평정하는 보양식

by 올리가든

점심에 시원한 것이나 먹자고 나갔는데 걸어가는 동안 맘이 바뀌어서 추어탕집으로 들어갔다. 남원추어탕. 전국에 추어탕집은 다 남원추어탕인 듯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붐비지 않았다.

시부모를 모시고 온 며느리가 한 상, 나와 남편이 한 상이었다. 그 집은 남자가 주방을 보고 부인이 서빙을 하며 부부가 운영하는 집이었다.


추어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반찬으로 배추 겉절이, 무김치, 오징어젓갈, 삭힌 고추, 고구마튀김이 나왔다. 밥이 노란색으로 맛있기에 무슨 밥인지 물어보니 울금을 넣은 거라고 했다. '나도 저녁에 넣어 봐야지.' 추어탕은 시래기도 부드럽고 지난번보다 맛있었다. 팔천 원이 아깝지 않았다. 뜨거운 탕을 먹으며 남편은 더워도 좀 따뜻한 게 좋다고 했다.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성내동 집 근처의 추어탕집에 자주 갔다. 강원도식 추어탕이라 수제비를 넣고 부추나 미나리 같은 채소도 날 것을 바로 넣어 끓였다. 얼큰하고 푸짐했고 입덧의 메스꺼움을 잠시 가라앉게 해 주었다. 20년이 넘은 일인데 남편은 맛있는 집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추어탕은 종종 사 먹는 음식이고 그때마다 보양식을 먹은 느낌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습도와 열기에 금방 땀이 났다. 나는 홍제도서관으로 피서를 가려고 2번 버스를 기다렸다. 교통 앱을 보니 7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조그만 양산을 나누어 받치고 정류장에 서있는데 연신 이마에 맺히는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야 했다. 그늘을 찾아 아파트 단지 방음벽 아래에 서니 바람이 살짝 불어 그나마 낫다. 길가에 자라는 키 작은 소나무의 뾰족한 잎이 사랑스러운 올리브색을 띠고 반짝였다.

버스 안은 바깥과 비교한다면 천국과 지옥일만큼 시원했다. 버스가 움직이고 밖에서 걸어가는 남편을 보며 언젠가 오늘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함께 뜨거운 추어탕을 먹고 땀을 흘리며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을.

내가 세상을 떠날 때 혹은 남편이 먼저 떠났을 때 무시로 생각나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 아닐 테다. 식구가 함께 식탁에 모여 닭볶음탕을 먹던 때, 과자파티를 하며 텔레비전을 보던때, 또는 남편은 야구중계를 보고 나는 저녁을 짓던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떠날 때, 떠나고 남겨졌을 때 무엇을 그리워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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