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쓰임새가 아쉬운 단어 中 하나는 '스치듯'이다.
과거에 비해 아쉬움, 슬픔, 헛된, 잠깐의 의미를 강조한다. 예시로 "스치듯 이별", "스치듯이 지나가는 내 월급", "스치듯 안녕" 등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매력을 지닌 이 단어가 아쉽고, 더 많은 의미를 소개하고 싶었다.
특히 촉각과 후각에서 "스치다"라는 말이 경쾌하게 쓰인다. 운동할 때, 거리를 거닐 때,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와 같이, 스치듯 만나는 '무언가의 것' 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때가 많다. 그 행복을 우연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우연이라 하기에는 정확하고 겹겹이 칠해진, 반복된 모습에 그 행복은 익숙한 사실이라는 말로 달리 써본다.
난 무엇보다도 스키장의 스침이 좋다. 한창 스노보드 타러 다닐 땐, 야간 12시에 도착해서 새벽 5시까지 타고 집에 오는 일정도 자주 잡았었다. 돈 없던 대학생이었어서 돈을 아끼고자 그렇게 탔던 것도 있지만,
다소 조용한 새벽, 소복소복 뺨을 스쳐 지나간 눈이 슬로프에 쌓여, 푹신한 설질이 되었을 때의 그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푹신한 이불 같은 눈을 작은 보드에 기대어 타고 내려갈 때, 차갑지만 따갑지 않은 바람은 나를 천국으로 데려가 주는 듯했다. 한국의 스키장도 좋지만, 더 자주 그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해외로도 보드 하나 들고 가고 싶다. 지금은 해외로 여행 가기 힘들지만 언젠가는 스위스, 캐나다, 가깝게는 일본까지. 해발 1500m 최장 16km부터 짧게는 3~4km까지. 고운 설질을 벗 삼아 해외 스키장 투어를 다녀보고 싶다.
내 마음을 훔치는 또 다른 스침은 바디 로션에 뒤섞인 익숙한 향기이다. 명절이어서, 아니면 오랜만에 안아서, 아니 매일 안아도, 꼭 껴안을 때 스쳐 지나가는 그만의 그녀만의 향기가 있다. 어떤 누구보다 좋아하는 외할머니의 향기는 나를 편안하게 했다. 그 스치듯 지나가는 향기를 시작으로 짧은 방문 동안의 짧은 시간은 내 기분을 요동치기에 충분했다. 그 향기가 항상 바르셨던 로션이었는지, 그녀의 따뜻함에서 온 향기였는 지 몰라도, 상상하면 언제나 추억에 잠긴다. 그 향기가 전화를 통해 머물렀는지 몰라도, 어릴 때 전화를 통해 찬송가를 부르던 기억은 언제 어느 때 있든 지 간에 그 향기를 어렴풋이 라도 스치듯 떠오르게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순간 혹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전화해보시길 바래보며, 오늘 내 마음을 스친 감정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