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황현산 선생님은 "어둠 속에서 불을 얻어온다"라는 말을 즐겨 쓰셨다. 밝은 곳에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다 아는 가능성이고, 어둠 속에 있는 길이 우리 앞에 열려있다는 말을 하시며 우리 속에 숨겨져 있는 깊이를 긍정하셨다.
책 <깊이에의 강요>에서는 짧은 글로 누군가가 평가하는 수동적 삶을 부정하였다. 한 평론가가 그녀의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말에 시작되는 줄거리는 주인공을 자살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자살 후 앞선 평론가는 다시 평하기를 깊이에의 강요가 있다 말하며 간단한 단편소설은 마무리진다.
시기 : 1. 적당한 때나 기회. 2.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 1’로 순화.
보통 달리고 있을 때에는 주위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머물러 있다고 느낄 때, 그 당시에 읽었던 책들은 더 선명했다. 재수를 마친 후 잠시 멈춰있을 때,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는 젊은 시기에 읽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깊이에의 강요>가 던지는 메시지는 나를 더 주체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2020년 잠시 멈춘 지금 읽은 책들이, 끄적였던 문장들이 나중에도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이 기억은 나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당신에게 기억이 남는 스승은 누구셨나요?" 라고 묻는다면, "2020년 10월의 밤이 제 선생님이셨습니다." 라고 답할 것 만 같은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