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Ruby Jerins

뉴욕시 사람들

by Rumi


2010년에 개봉한 Remember Me의 Robert Pattinson과, 같은 해에 개봉된 Shutter Island의 Leonardo DiCaprio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두 명의 top tier배우와 비중 있는 배역을 해낸 당시 12살의 소녀 (1998년생) Ruby Jerins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요. 지금은 27세가 된 이 여배우는 뉴욕태생이고 뉴욕시에 거주하는 New Yorker랍니다.


4제목 없음.jpg Scene from "Remember Me (2010)"


하지만 이 배우의 profile을 보면 2015년쯤부터 연기생활을 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20세가 넘어가면 보통 아역 여배우들이 한 '여성'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십 대 중반에는 부패한 Hollywood가 언제나 그러하듯 외모가 나쁘지 않은 경우 옷을 벗고 screen에 나오게 하는데, 외모도 좋은 이 배우를 2015년 이후 전혀 영화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아래는 이 배우의 Instagram에서 찾은 글인데,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더군요.




3제목 없음.jpg From Ruby Jerin's Instagram


I spent my childhood in front of the camera. I was an actress, but also a truth-seeker and a student of human psychology.


저는 어린 시절 내내 카메라 앞에서 보냈습니다. 저는 배우였지만 동시에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이자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학생이기도 했지요.


My job was to understand the character at her core. To become her for a moment. To offer my body, voice and soul as a vessel for her take a breath of life. To honor her pain by feeling her pain. To see life through her eyes in all its complexity. To give her a voice to share her story, in hopes that it would touch someone and make them feel less alone.


배우로서 제 일은 그 인물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그녀가 되어보는 것. 제 몸과 목소리, 영혼을 그릇 삼아 그녀가 생명의 숨결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녀의 고통을 느끼며 그 고통을 존중하는 것. 복잡한 삶의 모든 면모를 그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녀의 이야기를 전할 목소리를 부여하여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And I loved it. It gave me purpose and the deeper I dove, the more fulfillment I would feel. I craved the freedom I felt when I gave myself permission to be raw and fierce and delicate… to explore all the intricacies of emotion. To suspend reality/belief and be someone else for a while.


그리고 저는 그 일을 사랑했지요. 그것은 제게 삶의 목적을 주었고, 깊이 빠져들수록 더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제가 제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칠고도 섬세하게 존재하도록 허락해 준 그 자유를 즐겼습니다. 감정의 모든 복잡한 양상을 탐구할 수 있는 그 자유를. 현실과 믿음을 잠시 멈추고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는 그 자유를.


My characters were real to me. At their essence, they were a mere expression of the human condition, a sliver of consciousness in the sea of the collective psyche. Their needs mattered as much as anyone else’s. Their stories reflected those who felt unseen, unheard.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제게 실재하는 존재였어요. 본질적으로 그 캐릭터들은 인간 내면의 솔직한 표현이었고, 집단적 정신이 모여든 바닷속 의식들 중 한 조각에 불과했지만,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소원들은 다른 누구의 것만큼이나 중요했고, 이렇게 영화 속에서 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반영했지요.


I didn’t know at the time that in my efforts to understand my characters I was denying my own soul the necessary time and attention for her growth.


그때는 몰랐지만, 제 캐릭터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저는 정작 제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관심을 저 스스로에게서 빼앗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속에서 제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How could I discover who I was with the voices and opinions of my characters in my head? Their voices confused me. Their thoughts lingered in my head long after a project would finish… I didn’t know how to shut them down. I felt everything and it scared me. I had created these sectors of consciousness that lived on within me and blurred the confines of my own being. It was hard to tell where the characters thoughts ended and my own began.


내 머릿속에 맴도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와 의견 속에서 저라는 사람이 정말 누구인지 알기란 어려웠습니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목소리는 저를 혼란스럽게 했고, 프로젝트가 끝난 지 오래되었는데도 제가 연기한 캐릭터의 모든 것들은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지요. 저는 그들을 제 머릿속에서 어떻게 지워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 캐릭터들의 모든 것을 현실에서 느꼈고, 그게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 저는 제 안에 계속 살아 숨 쉬며 내 존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제가 아닌 또 다른 의식을 위한 영역들을 만들어낸 것이었지요. 제가 연기한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어디서 끝나고 내 생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에 있었습니다.


The wheels of life did not stop turning. In an effort to keep up with what I thought was the traditional trajectory of a high school student, I followed the footsteps of my peers, hoping that maybe they would lead me to my truth.


그래도 삶의 바퀴는 멈추지 않고 굴러가더군요. 제가 생각했던 (하지만 전혀 모르는) 고등학생으로서의 전통적 삶의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나는 또래들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발자취가 어쩌면 저를 진실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말이지요.


But my movements felt even more distorted and out of touch with myself. Like I was hovering above my body, watching the movie of my life but losing control of my own character. My own voice dimmed to a soft murmur indistinguishable from the others.


하지만 제 삶은 더욱 왜곡되고 제 자신과 단절된 듯 느껴졌습니다. 마치 제 몸 위를 떠다니며 제 삶의 영화를 지켜보지만, 제 자신의 주인공을 통제하지 못하는 기분이었지요. 제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들과 구분되지 않는 희미한 속삭임으로 희미해지곤 했습니다.


(continued in the comments)




이 여배우가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이유... 자신의 instagram에 올린 글과 같이 Hollywood에 회의적으로 되어 아마도 자발적으로 은퇴에 가까운 상태로 되었거나, 또는 캐릭터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배우를 Hollywood가 이미 알아채고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결과 지금은 딱히 불러주는 감독이 없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여배우의 Instagram에 가 보면 여느 이십 대 중후반 여자애들의 그것처럼 자신의 이런저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노력들이 담긴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몇몇 사진들에는 직접 댓글에 대해 답글까지 달기도 할 정도로 삶에 열심인 모습을 엿볼 수 있지요. 하지만 동시에 사진 여러 장에서 삶의 Hole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정작 다시 가고 싶은 곳은 Hollywood이지만, 또다시 자신을 잃어버릴까 봐 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그때를 놓친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미련이 남아 있는 마음속 생각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저도 같은 마음을 가져 본 경험이 오래 있었기에 왠지 같은 마음일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8제목 없음.jpg Scene from "Remember Me (2010)"
제목 없음.jpg From Ruby Jerin's Instagram



자신의 Instagram 글 초반에 I was an actress라고 과거시제로 쓴 것도 눈에 보이더군요. 예전에 두각을 받던 아역배우로서 이미 자신은 --- 였다라고 단정을 내린 글은 쓰기 쉽지 않은 글입니다. 아마도 배우로서는 자살행위 같은, 더는 배우를 안 한다는 statement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이 배우의 사진들과 간간히 올라오는 글들에서는 정작 마음은 Hollywood 에도 가 있음 또한 느낍니다.


뉴욕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 - '일반인'들 가운데에서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 여자의 미래 - 좋은 일이 많길 바라봅니다. 어쩌다 저도 이 여배우를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닌다고 하고, 제가 다니는 노선과 많이 겹치더군요.


또 모르지요...


If I saw you in the city, would I recognize the face?


그 흔한 tattoo도 하지 않은, 이런저런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New Yorker 로서 응원합니다


2제목 없음.jpg


- October 24, 2025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3화My Br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