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가들은 제가 경험하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최소한 한국과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종교인들이나 신자들은 신을 향한 태도가 결국은 그저 복 (blessing) 만 달라는 것이기에 이들에게 바랄 것이 없게 된 현실입니다. 이는 구교 신교뿐만이 아닌 타 종교에도 공통된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1984년작 Places in the Heart는 볼 때마다 가슴을 저며오지요. 아마도 다시는 볼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그 순수했던 시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요? Hollywood 영화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 The Trip to Bountiful - 1985 가 또 있군요) 찬송가로 시작하여 찬송가로 마무리되는 영화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많은 critic들이 언급했을 정도로 충격적 (spiritually)이었지요. 1984년 아카데미상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명작으로, 샐리 필드, 에드 해리스, 존 말코비치, 대니 글로버, 에이미 매디건과 같은 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보안관이며 신실하고 충실한 남편과 살면서 아들과 딸을 키우며 살면서 평온한 생활을 하던 미국 남부의 어느 평범한 가정주부. 남편이 어느 날 술에 취한 어린 흑인 아이가 장난 삼아 휘두른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이후 대출이 아직도 많이 남은 집과 땅 그리고 아이 둘을 지켜내기 위해 온갖 험한 일을 하게 되는 이 가정주부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이 들어 쓸모가 없고 위험해 보이기에 남들이 기피하는 중년의 흑인을 재워주고 입히고 일자리를 주고, 또한 집과 땅의 담보를 잡고 있는 은행에서 근무하는 정직하지 않은 어느 은행 중역의 동생 (시각장애자)을 반강제로 보살피는 처지에까지 이르고, 거기에 더해 백인우월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협박과 회유 속에서 남편이 떠난 빈자리들을 이들과 함께 사랑으로 협력하며 목화 농장을 꾸리면서 다시 천천히 재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인상적인데, 성찬식 장면과 더불어 "저 장미꽃 위의 이슬" 란 제목의 hymn 이 꾸미지 않은 성가곡으로 흘러나옵니다. 감독과 작가의 의도가 이 마지막 장면에 배어 있다고 하는데, 즉,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악인들과 선한 사람들) 교회라는 성스러운 공간에서 너무나 자연 스러울 정도로 아이러니하게 어우러져 있는 장면을 그려내면서, 이런 세상에서도 heaven에 대한 소망을 가질 수 있다는 감독의 의도가 이 장면에서 나옵니다.
이 장면에 대해 21세기 가장 저명한 Roger Ebert 가 쓴 평론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Film critic Roger Ebert wrote in his review: "The places referred to in the title of Robert Benton's movie are, he has said, places that he holds sacred in his own heart: The small town in Texas where he grew up, various friends and relatives he remembers from those days, the little boy that he once was, and the things that happened or almost happened. His memories provide the material for a wonderful movie, and he has made it, but unfortunately he hasn't stopped at that. He has gone on to include too much. He tells a central story of great power, and then keeps leaving it to catch us up with minor characters we never care about. [...] The movie's last scene has caused a lot of comment. It is a dreamy, idealistic fantasy in which all the characters in the film -- friends and enemies, wives and mistresses, living and dead, black and white -- take communion together at a church service. This is a scene of great vision and power, but it's too strong for the movie it concludes. Places in the Heart can't support such an ending, because it hasn't led up to it with a narrative that was straight and well-aimed as an arrow. The story was on the farm and not in the town, and although the last scene tries to draw them together, you can't summarize things that have nothing in common."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화지요. Mr. Ebert 도 결국은 장황하게 쓰셨지만 결국 이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글로 온전히 풀어내지는 못한 듯합니다.
명대사 - 많습니다. 하나를 고르자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의 첫 부분에서 보았던 보안관과 술 취한 흑인 청년 (둘 다 죽은 사람들: 하나는흑인청년이 실수로 가한 총상으로 죽은 백인 보안관,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백인 보안관을 실수로 살해한 벌로 마을사람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흑인청년) 이 서로 성찬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진심으로 하는 대사입니다:
"Peace of God."
3,000편이 넘는 영화를 봤고, 감동의 농도가 너무나 짙어 충격으로 다가온 영화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영화를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영화만은 예외였지요. 돈 못 버는 제 유튜브 채널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영상을 올렸고, 여기에 올려진 댓글들 또한 저와 같은 마음임을 알게 되어, "그래도 세상에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위안을 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