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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17. 2021

"84 Charing Cross Road (1987)"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가 3,000편이 넘는 듯합니다. 그중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들 또는 인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소장하고 있는데, 그 수가 1,000편이 넘습니다. 그중 일부는 제 Youtube에 clip을 올려놓기도 했지요. 이 영화들 중 제가 특별히 생각하는 영화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직업 영화평론가는 아니나, 소개해 드리는 각 작품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첫 작품으로 "84 Charing Cross Road (1987)"를 소개합니다. Anne Bancroft와 Anthony Hopkins 가 출연한 이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 중 top 20 안에 속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미국의 작가인 Helene Hanff와 영국 런던에 위치한 북스토어인 Marks & Co. (주소: 84 Charing Cross Road, London, UK)의 매니저인 Frank Doel 이 1949 년부터 1968 년까지 주고받은 편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84번가의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는데, 사실 연인관계는 아니지요.


영화 전체가 편지의 낭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 두 사람간의 서신내용이 영화의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전 서적들을 뉴욕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Helene 이, 우연히 책과 관련된 간행물을 보다 찾게 된 Marks & Co. 가 올린 광고를 본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찾고 있는 고서들을 주문하는 첫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사무적으로 시작된 관계가, 이 서점의 매니저인 Frank와 그곳에서 일하는 서점 직원들 모두와의 우정으로 발전되어, 이들이 2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오고 간 서신들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며 점차 (하지만 절제 있는) 더 가까운 관계들로 발전하는 과정을 참 따스하게 그려내었지요.

명대사가 참 많습니다. 그중 Helene의 한 대사를 올려봅니다: I do love secondhand books that open to the page some previous owner read oftenest.” – 해석은 “책을 펼칠 때, 이전 주인이 자주 읽은 페이지로 열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중고서적들을 참 좋아합니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과거 이 책을 읽었던 과거 어느 사람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교차하고 동감한다는 사실이, 수많은 시간을 넘어 현실에서도 이어지는 어떤 '동지애'같은 숭고함까지 느낀 적이 있으신지요?


어떤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평했더군요, "It should be irresistible to anyone able to appreciate the goodness of its spirit and its spirited characters." 이만큼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고, 그리고 여러 번 보면서 그 가치를 또다시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g1o46QRLP0&t=1s

위 영상은 Frank 가 Helene 이 특별히 주문한 책을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여 찾게 되고, 그렇게 소중한 책을 받은 Helene 이 이에 대한 감사의 말을 편지로 전하는 장면입니다.


Thank you for this beautiful book. l've never owned a book with pages edged in gold. (중략) l love inscriptions on flyleaves and notes in margins. l like the comradely sense of turning pages someone else turned... and reading passages someone long gone has called my attention to."


1987년작이지만 영화의 배경은 50년대 - 60년대의 뉴욕과 런던이지요.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은 80년대 후반의 뉴욕과 런던 속에서도 CG 없이 충분히 재현되는 것 또한 묘미입니다; 이 두 도시가 그 당시에는 그 이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모두 보듬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런 명작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g9KZDNKtU0

위 영상은 Helene Hanff 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같이 Marks & Co에 보내 줄 선물을 고르던 중 "Raspberries"를 영국 발음으로 흉내 내면서 재미있어하는 장면과, 어느 날 자신의 2층 창문을 통해 젊은 연인들이 kiss를 나누는 것을 보며 사랑과 관련된 시집을 보내달라는 주문 편지를 쓰는 장면입니다. 이 영상에서 접할 수 있는 봄날 푸르른 나무들과 잎사귀들이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음을 졸이게 하는 클라이맥스도, 러브신도, 노출도, 험한 언어 표현도, 그리고 폭력도 접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만,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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