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Savage 씨네 가족"으로 일단 번역을 해 봅니다. 성인이 된 남매가 따로 따로 각자의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리고 아직까지는 정정한 아버지가 (여타 다른 미국의 가정들이 그러듯) 등장합니다. 이 두 남매, 그들이 어렸을 때 매우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가족간의 관계는 애초부터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 두 남매의 사이도 간격이 있어보이지요.
그러던 중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남매는 먼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죽음을 맞습니다. 홀로 남은 아버지를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하며 고심을 하던 남매는 마음은 아프지만 아버지를 요양 기관에 입소시키기로 결정하고 아버지에게도 이를 조심히 알립니다.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는 정말 어려워지고, 아버지를 위탁할 곳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지요.
여러 요양원들을 옮겨다니며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남매들의 마음 속에 쌓인 증오와 애정,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후회... 결국은 아무리 미워도 가족은 사랑의 대상이라는 결말에 이르는 storyline 을 참 잘 보여주는 명작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그 때를 그래도 한 번 더 돌아보고 회상하며, 그 과거의 아픈 기억들과 reconcile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이련 류의 이야기... Ms. Laura Linney 라는 훌륭한 배우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Mr. Hoffman 이라도 결코 혼자 그려내기가 매우 어려웠을 작품이지요.
작품성에 더해 이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 Michael Keaton, Oliver Platt 과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남자배우인 Philip Seymour Hoffman 이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이 배우는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 자진해서 감독에게 해당 scene 을 다시 찍자고 부탁하기가 부지기수였다는군요. 또 다른 많은 경우에서는 감독이 만족했더라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발 꼭 다시 찍자고 간절히 부탁까지 했던 배우였답니다. 그렇기에 그가 출연한 각각의 영화의 경우, 작품 자체가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연기력만은 예외없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소품들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등장합니다. 특히 lava lamp 가 의미있게 다루어지는 영화이기에 흥미로운데요,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소품입니다 (저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중반에서 여러 요양기관에서 입원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간신히 어느 외딴 요양기관에 혼자 있어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딸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라바램프를 가져다 놓는 장면이 있습니다. 병실을 집과 같은 분위기로 만들기 위한 딸의 작은 하지만 애틋한 노력의 상징과도 같은 이 램프... 딸은 아버지에게 이 램프를 보여주며 밤에 꼭 켜놓고 주무시라고 하지요. 딸의 이런 정성에도 괜히 무감각하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던 아버지도, 정작 딸이 떠난 후 직원이 이 램프의 불을 끄려 하자 "그냥 켜 두라"고 하며 잠을 청하면서 그 램프를 응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부터 어그러진 가족, 그래도 무던히도 애를 쓰며 마지막 날들을 슬프지만은 않게 지내시도록 노력하는 딸, 이런 딸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정하게 딸을 대하기를 매우 어려워하는 아버지의 모습 - 참 아련하고 안타까운 한 가족의 단면적인 현실을 이 라바램프라는 소품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Hoffman 의 경우 참 훌륭한 배우였기에, 그가 이 세상에 없음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의 죽음 후 그에 대한 영화평론가의 의견 하나를 아래 올려봅니다:
"No modern actor was better at making you feel sympathy for fucking idiots, failures, degenerates, sad sacks and hangdogs dealt a bum hand by life, even as – no, especially when – he played them with all of their worst qualities front and center. But Philip Seymour Hoffman had a range that seemed all-encompassing, and he could breathe life into any role he took on: a famous author, a globetrotting party-boy aristocrat, a German counterintelligence agent, a charismatic cult leader, a genius who planned games of death in dystopic futures. He added heft to low-budget art films, and nuance and unpredictability to blockbuster franchises. He was a transformative performer who worked from the inside out, blessed with an emotional transparency that could be overwhelming, invigorating, compelling, devastating."
– David Fear of Rolling Stone on Hoffman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아래 올립니다. 이 두 남매,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 - 마치 과거 어떤 것들에 묶여있던 삶의 매듭이 갑자기 풀린 듯 - 이제는 아마도 "각자의 삶에 충실해도 될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시도하는 모습들이 비추어집니다. 또한 이 장면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대화 속 그리고 주고받는 눈길과 미소속에서 이 두 남매는 이전과는 달리 더 가까이 서로를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임을 충분히 알게 되지요.
이 두 배우가 보여준 performance 는 그 누구가 했더라도 소화해낼 수 없었을 듯 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갑자기 직면하게 된 부모의 병치레와 죽음, 피하고 싶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슬픈 뒷처리, 그리고 그 후엔 더 나은 날들이 있겠지 하며 희망을 가져보는 남매의 삶을 이 두 배우보다 더 잘 보여 줄 능력자들이 있을까요?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더하여 Hoffman 의 acting 은 어떤 배역이었건간에 따스함 속에서 철저히 외롭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요? 2000년대 중반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제대로 된 배우를 보기가 매우 힘들기에 그의 떠남이 매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