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영국영화 (프랑스와 합작이지만) 한 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The Man Who Cried (2000)" 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27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어느 유대계 러시아인 부녀의 이야기지요. 고작 5살 정도밖에 안 된 나이에 아버지와 이별을 한 어느 한 여자아이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거의 20년만에 다시 아버지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면 정작 '우는 남자'는 대체 언제 나오나? 하는 생각을 곁으로 하게 됩니다만, 영화를 다 본 후 드는 생각은 - 조연이었으나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만 등장한 어느 한 남자가 그 '우는 남자'였고, 이 영화가 만약 현실이었다면 아마도 영화가 커버하는 대략 20년 정도의 시간의 흐름 내내 울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여지껏 보았던 3000편+의 영화들 중 top 20 에 속하는 영화로,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평론가들에게는 혹평을 받았지만 저는 우선 감독인 Sally Potter 의 direction 과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cinematography 및 screenplay 까지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 더하면 이 영화는 나이가 좀 들어서 봐야하는 영화가 아닐가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지요.
영국인 감독 Sally Potter 의 예술적 감각은 과연 대단하더군요. 그저 2시간정도 보면서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을 접하게 해 주는 감독임을 이 영화를 통해서도 그대로 여과없이 자신감있게 보여주었습니다. 큰 bucket 으로 물을 가득 담은 후 더운 여름날 머리 위에서부터 뒤집어쓴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Christina Ricci (Casper 의 주연 여배우) 의 차가운 매력과 Johnny Depp 의 '이제야' 성숙된 연기력까지 (비평가들은 이 배우의 연기를 혹평했습니다만)!
그리고 ah, the music! Sally Potter 의 자신감은 특히 soundtrack 의 선택에서 특히 두드러진 듯 합니다. Georges Bizet 가 1863년에 프랑스에서 공연(?)한 opera 인 Les pêcheurs de perles (The Pearl Fishers: 한국어로는 "진주조개잡이) 중 Je crois entende 란 노래를 main theme 으로 도입했는데,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영화의 내용과 이 오페라 음악과는 전혀 연결성이 없는, 아주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감독은 과감하게도 Je crois entende 를 영화의 도입부, 중간의 여러 부분, 그리고 마지막 end credits 에도 투입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 한 듯 합니다. 이 main theme 과 더불어, 어느 악기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나 영화 내내 간간히 배어나오는 매우 낮고 무게감이 있는 중저음의 음율 또는 음향효과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압박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Side Note: 이 오페라의 배경은 스리랑카로, 두 남자의 우정이 한 여자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여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깨어질 위기에 다다르고, 한편 이 여자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언약까지 한 상태에서 세속적인 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세 사람이 이어가는 이야기, 대단하겠지요? 영상으로만 접했지, 실제 theatre 에서 본 경험이 없어서 매우 아쉬운 stage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romantic comedy 는 절대 아닙니다. 영화의 일부에서 Ricci 와 Depp 의 캐릭터간의 사랑의 흔적이 표현되기는 하나 뚜렷하지는 않았고 더우기나 삼각관계는 전혀 아니었기에, The Pearl Fishers 라는 삼각관계에 대한 노래가 이 영화에 도입되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지만, 감독인 Potter 가 이 음악 자체가 주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만으로도 충분히 도박(?)을 할만하다는 판단을 했을지는 모릅니다.
아래 영상은 오페라 Les pêcheurs de perles (The Pearl Fishers) 중Je crois entende 를 Alfredo Kraus 가 부르는 장면입니다.
아래 영상은 2000년작 영화 The Man Who Cried 장면들입니다. 배경음악으로는 Je crois entende 이 흐릅니다. 누군가가 참 멋지게 edit 해 놓았더군요. Soundtrack 덕분에 이 영화의 end credit 또한 영화만큼이나 감동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