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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r 10. 2016

"장미, 그리고 기상캐스터 (2)"

두 번째 이야기


그 날 이후 여러 날들이 흘러갔습니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외모가 뛰어난 한 명의 여성을 업무 중 만나게 되었으며, 서로 명함 한 장씩만 교환한 그저 흔한 타인들의 첫인사였을 뿐이지만, 그리고 업무의 연장이었던 점심식사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동석하여 바로 옆자리에서 한두 시간을 같이 했다는 사실만은 간혹 지나치다 맡게 되는 좋은 향기처럼 떠오르곤 했습니다.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서랍을 정리하던 중 그녀의 명함이 보였습니다. 그녀의 명함을 꺼내어 찬찬히 그녀의 이름을 눈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이수정"이라는 흔한 이름... 갑자기 "방송에서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본 그녀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더군요. 사실 평소에 날씨예보를 뉴스를 통해 볼 때 기상캐스터들의 필요 이상으로 치장된 모습과 노출이 불쾌하여 화면을 바라보지 않고 기상캐스터의 목소리만 듣고만 했는데, 그 날 듣게 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왠지 달랐습니다. 훈련된 목소리, 절제된 음성의 높낮이와 속도, 그리고 지나치지 않은 동작까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날씨를 보고 서둘러 떠난 길, 그렇게 바쁜 아침이 시작되었고, 출장을 마친 후 - 아침의 그 기억 때문이었는지 - 다시 그녀의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다음 날 그녀를 Facebook을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TV에서 보던 그 얼굴과 이름을 찾았고 조심 반, 그리고 용기 반의 마음으로 친구 신청을 하였습니다. 혹시 아실까요... Facebook 친구들 중 '유명인' 과의 친구를 맺음으로 왠지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는 것을. 반대로 '유명인' 들은 그들의 인기를 반영하려는 듯 친구의 수가 보통 몇백 또는 몇천 명까지 되기도 합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아마 이렇게 시작한 관계였을까요? 어쩄거나 이렇게 하여 저와 한 기상캐스터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 물론 서로의 Facebook을 방문해서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또는 의견을 다는 일은 하지 않았던, 그저 표면적인 인연이 2개월 가까이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기에, 그리고 3,000 편 이상 영화 (해외, 특히 미국과 영국)를 보았기 때문에, 자주 Facebook 에 영화에 대한 소개를 올리곤 합니다. 작년 여름, 1996년작 "Up Close and Personal"에 대해 제 Facebook 에 올렸었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들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셀 파이퍼가 연기했으며, 어느 한 지방 리포터인 Tally (파이퍼)를 Warren (레드포드) 이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또 한편으로는 강한 힘으로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하시는 분들께 영화 파일을 드린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이 포스팅을 올린 후 두 시간쯤 지났을까, 그녀가 SNS messenger로 제게 물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수정입니다. 영화,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저 표면상인 친구였던 이 사람이 제게 실체로 다가오던 순간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아닌, 그녀로부터 먼저. 신선한 충격으로 9월 초였던 늦여름이 지나가며 초가을의 공기가 느껴지는 그날의 저녁 느낌은 바로 그랬습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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