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작 "The Company Men" 이란 영화는 Tommy Lee Jones, Ben Affleck, 그리고 Chris Cooper 가 주연을 맡고, Kevin Costner 가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입니다. 대기업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근무를 하며 평화롭고 부유한 생활을 하던 세 사람이 2007년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일파로 해고당하게 된 후 겪는 일들을 그려낸 영화로, 작품 자체는 좋았지만 Kevin Costner 배역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사회적인 위치가 일반 대중과는 다른 고소득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비평을 받았었지요. 하지만 고소득자이건 아니 건간에 해고 후 겪는 아픔은 객관적일 수 없기에 무조건적인 혹평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Gene (Tommy Lee Jones) 은 이 회사의 창립멤버로 CFO입니다. Bobby (Ben Affleck)는 능력 있고 인정받는 영업팀장, 그리고 Phil (Chris Cooper) 은 Gene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째 일하면서 중요 부서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작은 조선사로 시작하여 multinational group 이 된 튼튼한 회사로 성장했지만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자 모두 해고되지요. Gene은 창립 멤버로 그나마 stock option 이 많았기에 당장은 걱정거리는 없습니다, 사치스러운 아내의 씀씀이도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고, 아내 몰래 외도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 상태. 하지만 Phil은 오랫동안 병치레를 하던 아내에 대한 걱정, IVY League 학비를 계속 대야 하는 딸에 대한 걱정, 그리고 한순간에 추락한 자신을 보며 실망감과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업팀장이었던 Bobby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여러 지출이 많은 가족의 가장으로 라이프스타일이 꽤 커져있던 상태였고 주택대출 및 고급 승용차 리스 등으로 씀씀이가 상당했기에 한두 달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결국 여기저기 같은 수준의 직장을 찾다가 매번 실패를 하고 낙심의 낙심을 거듭하며, 결국은 좌절의 바닥까지 다다르게 되지요. 날이 가면 갈수록 하락하는 집을 하루빨리 헐값에라도 매각해서 대출금을 메꾸고 급한 대로 부모님의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멋진 집과 멋진 차도 넘기게 될 날이 다가오고 별 수 없이 이사를 앞둔 어느 날, 극도의 좌절감을 겪는 남편을 위해 아내인 Maggie 가 큰 용기를 주는 말을 해 줍니다:
Bobby: There's thousands of new MBAs out there. No mortgage, no kids. Work 90 hour work weeks, for nothing. You want honesty, Maggie? I'm a 37 year old unemployed loser, who can't support his family.
Maggie: OK, look. You are gonna find a job. Working for people who know how lucky they are to have you.
Bobby: When did it all go to shit? Maggie: It hasn't turned to shit. You have Drew and Carson. Your parents, and me. You have me.
Bobby는 다시 힘을 얻어 구직활동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아내의 오빠 (Kevin Costner)가 운영하는 작은 건설회사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지요. 이곳에서 삶, 노동,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아주 깊이 알게 됩니다. 바빠서 가까이하지 못했던 아들과도 backyard 농구도 같이 할 시간도 생기고, 아내와도 더 가까운 관계가 되었으며, 언제나 우쭐대던 자신 때문에 거리가 멀어진 친척들과도 다시 가까워지게 되지요. 해고된 지 1년쯤 되어가는 시점에 Gene이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받지만, 왠지 내키지 않는 Bobby - 아마도 땀 흘려 정직하게 일하고 버는 정직한 돈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지요. 결국은 Bobby는 Gene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버려진 조선소 터를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일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해고 및 그 후 경험하는 수개월 또는 수년간의 길고 긴 시간을 매우 잘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Bobby가 겪는 과정들이 주로 부각되어 그려졌는데요, 빠른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사람이 한순간에 실직자가 되고, 그나마 회사가 제공해주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경험하는 박탈감과 소외감, 그리고 그동안 돌봐오지 못한 가족 간의 관계들, 재정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조여 오는 압박감 등을 현실적으로 또한 단계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생각입니다.
혹독한 1년여를 지낸 후 다시 재기의 기반을 가지게 된 Bobby는 그의 처형과도 다시 돈독한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져나가지요. 자신과 자신의 직장동료를 고용해주기 위해 손실을 감내한 처형에게 감사하게 되는 과정 또한 아름답습니다. 새 직장을 얻게 되었다면서, 그래도 처형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깊은 속 마음까지 말하게 되지요. 그 장면에서 Bobby의 monologue 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I will win. Why? Because I have faith, courage, and enthusiasm!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Wayne Wang 감독이 그랬지요? 제 직업상 해고는 아니었지만 저도 이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은 경우도 겪어 보았고 두 번째 장면과 같은 경우도 겪어 보았습니다.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겪지 않았다면 삶이라는 게 어떤 의미로 지금 이해하고 있을까? 삶의 가벼움과 또한 무거움을 알게 되었을까? 물질세계의 하찮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자신에 대해 허풍도 거만도 아닌, 진정한 실체와 근거가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