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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21. 2021

"Field of Dreams (1989)"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Sci-fi라고 해야 할지 fantasy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영화지만, 야구영화로는 제대로 만든 작품입니다. Kevin Costner 가 야구를 매우 좋아하는 배우라, 그의 야구에 대한 숭고 하다고 해야 할 정도의 애정이 그의 얼굴과 행동에도 배어있습니다. Bull Durham (1988)에서 시작한 후 이 영화, 그리고 For Love of the Game (1999) 에서까지 그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스크린에서도 자주 보였던 듯합니다. Bull Durham 이 젊은 혈기의 minor league macho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사랑'을 이루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그 당시까지 야구가 미국인들의 삶에 있어 얼마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차후 다룰 For Love of the Game (1999)의 경우는 급속도로 변해가는 - not in a good way - 미국 야구를 아쉽게 바라보는 babyboomer 들의 생각을 반영한 영화일 듯합니다.



Iowa에서 큰 규모로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Ray는 아내 (Annie)와 딸 (Karin)과 평안히 살고 있습니다. 야구를 꽤나 좋아하는 Ray - 아마도 그의 아버지 (John Kinsella)가 야구를 너무 좋아한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와는 좋은 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지요. 젊은 아버지의 죽음에도 마음을 두지 않았던 그였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는 아버지처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워 열심히 삶에 임했고, 결국은 옥수수 농장까지 운영하게 되었지요.   


어느 날 옥수수밭에서 일을 하던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 그 목소리는 "야구장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라고 그에게 말을 합니다. 이 의미를 아내와 함께 여러 날을 생각하던 중, Ray의 어릴 적 야구 영웅이었던 Shoeless Joe Jackson 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야구장에 서 있는 환상까지 보게 되지요. 그와 그의 아내는 Jackson 이 시간과 죽음을 초월하여 현실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결국 농장의 대부분을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지요. 바로 눈앞에 나타날 것으로 믿었던 Jackson 은 오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마을 사람들에게 '옥수수밭에서 이상한 목소리를 듣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수군거림까지 듣게 됩니다. 수확량이 반 이상으로 줄어들자 재정적인 어려움이 다가오고, 삶이 조금씩 숨을 조여 오지만 그는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래도 오지 않는 Jackson. 



그렇게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밤, 그가 기다리던 Shoeless Joe Jackson 이 그의 야구장에 나타나지요. 그 후엔 계속 꿈같은 일이 일어나고, Ray는 드디어 "야구장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라고 한 목소리의 소원을 이루어 준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Jackson 은 며칠 후 한 팀의 '유령선수들'을 데리고 와서 경기를 하게까지 됩니다. 다만 Ray, Annie 그리고 Karin 외에는 이들을 아무도 볼 수 없다는 점이지요.



그렇게 살고 있던 중 어느 날 밤 야구장에서 "그의 고통을 덜어주어라"라는 또 다른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또 다른 목소리를 접한 Ray는 그가 누구인지 또다시 찾기 시작하지요. 그러던 중 딸이 다니는 학교 공청회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에서 논쟁의 중심이 된 Terrence Mann이라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가 바로 그가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그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Ray 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Terrence의 소설 중 하나에 등장하는 John Kinsella (Ray의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당시 Brooklyn Dodgers에 입단하고 싶어 했다는 내용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 속 캐릭터가 야구를 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지만, 아내도 어느 날 밤, Ray 가 Terrence와 함께 Boston에 있는 Fenway Park 야구장에서 있는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결국 Terrence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Terrence Mann을 찾게 되고, 거기서 두 사람은 보스턴 Fenway Park로 가서 야구경기를 봅니다. 거기서 또 하나의 메시지를 받은 Ray, 하지만 이번엔 목소리가 아닌 전광판에 오버랩되어 보여지는 메시지였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Terrence 도 같은 메시지를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gZmCLzNK8c


이 두 사람은 그 메시지 내용대로 Minnesota로 가서 Moonlight Graham 이란 사람을 찾습니다. Terrence와 Ray 가 Fenway전광판에서 본 이름의 주인이었지요. 마을 사무소에 가서 알아본 결과 Dr. Graham 은 의사가 되어 여생을 그 마을에서 살다가 아내를 먼저 보낸 후 그 후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Ray는 Dr. Graham을 마을 거리에서 만나게 되지요. 꿈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Ray는 말년의 Dr. Graham과 만났던 것입니다.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 후 Ray는 Terrence 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길에 우연하게 만난 어린 청년  Archie Graham과 세 명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여기서 Terrence 도 이 1920년대 미국 프로야구 스타들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됩니다. 젊은 청년 Archie 도 이들과 같이 야구를 하게 되고, Ray의 가족들과 Terrence는 이제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그다음 날이면 농장이 경매에 넘어갈 지경이었던 상황, 아내의 오빠인 Mark는 이런 Ray를 대면하여 농장을 파는 것이 은행에 넘어가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득하려 해 보지만 Ray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논쟁을 벌이던 중 Karin 이 간이 관중석에서 떨어져서 의식을 잃게 되고, 병원을 가기엔 너무 먼 거리라 상황이 좋지 않던 중, 이들 유령 야구선수들 가운데서 젊은 청년 Archie Graham 이 나타납니다. 사실 그는 이후 성인이 되어 Moonlight Graham이라 불려진 Dr. Graham이었지요. Dr. Graham 은 아이의 의식을 되찾아주고, 이젠 Mark 마저도 이들 유령 야구 선수들을 그제야 눈으로 보게 되어 절대로 농장을 팔면 안 된다고까지 합니다.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어 가던 중, 이들 유령 야구단 사이에서 어느 한 젊은 청년이 걸어 나오지요 - 바로 Ray의 아버지인 John Kinsella 였습니다. 결국 그 목소리가 말하던 "그"는 Ray 가 그렇게 경멸했던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생전 부자가 한 번도 공 받기조차 해 보지 않았던 관계... 이 둘은 그날 밤 서로를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만나 처음으로 공 받기를 하게 되지요. 이들이 같이 야구를 하는 모습을 아래로 하고 화면은 저 멀리서부터 이어진 수많은 차량들의 행렬이 이 두 사람이 있는 야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long shot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가 되지요.



멋진 배우들이 많이 나왔지요.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Hollywood의 특급 배우들 중 한 명이었던 Burt Lancaster라는 명배우의 마지막 작품이었기도 합니다. 부모님 세대들은 이를 모두 "버트랑카스터"로 알고 게시는 배우랍니다. 또한 영화에서 Ray를 도와 이 꿈의 구장의 의미를 찾게 해 준 Terrence Mann (James Earl Jones) 대사가 참 감동적이지요. James Earl Jones 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의 무게감이 아마도 상당히 줄었을 듯합니다:


캐린: 사람들이 올 거예요


레이: 무슨 사람들?

캐린: 여러 곳에서요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잖아요 그렇죠?
그럼 아이오와로 모여들고
그렇게 되면 심심하니깐 우리한테 와서 돈을 주죠
입장권을 사는 것처럼요


마크: 저 애 말을 믿는 건 아니지?

레이: 잠깐만. 왜 사람들이 여길 돈을 내고 올까?

캐린: 야구 경기 보려고요. 

오래전 어렸을 때 보던 경기를 다시 보면서 

그때 추억을 더듬어 보려고요

마크: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군

캐린: 사람들이 올 거예요


마크: 모든 게 환상적이고 좋긴 하지만 

현실은 밀린 융자 할부금을 지불 못하면 

결국 다 파산이라는 거야. 미안하네, 레이

테렌스: 사람들이 올 걸세, 레이
자신들도 모르는 이유 때문에 아이오아로 몰려들 거야
왜 오는지도 모르면서 드라이브 길을 따라 들어오지
아이들처럼 순진한 모습으로 이곳에 나타나서
과거를 갈망할 거야
"물론 둘러봐도 괜찮습니다 일인당 20달러만 내세요"
그렇게 말만 하면 되네
아무 생각도 없이 돈을 건네줄 거야
그들이 좋아하는 고요함을 위해.

그들은 관중석으로 가서
셔츠를 올려붙이고 완벽한 오후를 보내겠지
예약된 좌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될 테고
야구장을 내려다보면서
그들의 우상과 같았던 선수들을 응원하겠지.
그리고 경기를 보고 나면...
마치 마법의 물에 몸을 담갔던 것처럼
추억이 너무 진하게 남아...
그들의 얼굴을 씻어줘야 정신을 차릴 거야
사람들은 올 걸세, 레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바로 야구였어
미국은 기관차처럼 발전해 나아갔고
역사는 칠판의 글씨처럼 써졌다 지워졌어도
야구만큼은 시대를 초월했어
이 야구장과 야구시합은 

우리들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 거야, 레이
좋았던 그 시절이 언젠가는 

다시 올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키지
사람들은 올 걸세, 레이
확실히 오고 말고


https://www.youtube.com/watch?v=4wwdPv_co-o


이제는 모든 면, 특히 미국적인 야구가 가지는 그 특성에서 많이 변질된 미국 프로야구, 이미 90년대부터 이런 견해들이 많았습니다. 일부는 이를 보며 미국 야구의 몰락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미국 프로야구의 현상을 다른 야구영화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명배우 Clint Eastwood 가 감독을 한 2012년작 Trouble with the Curve 가 있지요.


한국야구도 많이 변했지요. 제 기억에는 한국 프로야구의 가장 멋있었던 때가 1982년이라는 생각입니다. 90년대의 한국야구를 보지 못했지만, 80년대, 아마도 82-88 년 사이의 한국 프로야구가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지 않았을까요?


변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그가 출연한 세 편의 야구영화에서 Kevin Costner 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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