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로부터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모두 혹평을 받은 영화 Diana (2013).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들 중 이 영화처럼 나쁜 평을 받은 영화도 없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Screenplay는 2001년 Kate Snell 이 쓴 책인 "Diana: Her Last Love"에 근거합니다. 그런데 원작만큼 screenplay 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영화는 Diana (Naomi Watts 가 역을 했습니다)가 당시 Charles 황태자와 이혼을 하기 바로 전 시점부터 자동차 사고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2년간의 일들을 그려낸 작품으로, 아마도 Diana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파키스탄계 영국인 외과의사인 Hasnat Khan (Naveen Andrews 가 역을 했습니다)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what followed after 가 평론가들의 혹평처럼 엉성하지만, 당시 Princess Diana의 속마음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참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의 거리낌 없던 외도와 무관심 또는 무시, 그리고 원래 왕족이 아니었기에 Diana 가 받아야 했던 수모, 이혼 바로 전 우연히 만나게 된 파키스탄계 의사 - 이 의사가 Diana에게 베풀어준 '그저 일반인처럼 대해 준 사랑'에 끌려 Diana는 드디어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Diana는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삶의 평범함을 원했고 그것과 더불어 공주와의 결혼을 할 경우 의사라는 직업에 많은 장애가 올 것이라는 것을 심히 걱정했던 Dr. Khan 은 Diana를 사랑하는 마음은 깊으나 그녀를 결국은 멀리 하게 되고, 그 결과 Diana 는 더 깊은 고뇌와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리고 이후 그녀의 Dr. Khan에 대한 애절함과 간절함이 끌어낸 무모한 시도들이 따랐으며 - 그의 관심과 동시에 질투를 사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 (Dodi Fayed라는 이집트의 부자와의 일련의 이벤트들) - 그리고 결국 그 후 사고로 죽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Charles 와의 이혼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BBC 와의 단독 인터뷰를 앞에 두고 Diana 공주는 친한 친구의 남편이 대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급하게 찾아간 그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파키스탄계 영국인 외과의사인 Dr. Haznat Khan - 친구는 남편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Dr. Khan에게 Diana 공주를 소개합니다. 세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 중 하나였던 공주를 앞에 두고도 Haznat 은 그저 평범한 사람을 대하듯이 하지만 예의 있고 절도 있게 인사를 하지요. 이런 모습의 의사를 보며 Diana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날 이후 그를 다시 몰래 보고자 찾아간 병원 - 하지만 그에게 매우 어색하게 들키고 말지요. 이렇게 저렇게 얼버무린 Diana는 Dr. Khan에게 나중에 병원 구경을 시켜달라고 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약속을 합니다.
아래 영상은 Diana 공주와 Pakistani Heart Surgeon Dr. Hasnat Khan 와의 첫 번째 만남과 두 번째 만남을 그린 scene입니다. 유명인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과 일반인이 같이 걸어가는 복도 -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 이런 기분을 혹시 경험한 분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의사와 한결 더 가까워진 Diana는 Dr. Khan을 집으로 처음 초대합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사실, 친구가 해 놓은 음식을 데우는 정도), Maria Callas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사가 좋아하는 Jazz에 대해 이야기도 하며, 아마 두 사람에게는 가장 행복한 저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주 화사하고 고급스럽게 차린 저녁이었지만, 의사는 사실 햄버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공주는 외부에서 햄버거를 준비하고, 이를 먹는 의사의 모습을 보며 Diana는 호기심에 가득한 애정 어린 눈길을 그에게 보내지요.
이 두 사람의 대화중에 Maria Callas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Dr. Khan의 말에 의하면 Maria Callas는 "died of a broken heart"라고 하지요?). 잠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20세기 이후 가장 훌륭한 soprano로 알려진 이 성악가는 그리스의 선박왕으로 알려졌던 Aristotle Onassis와 동거관계였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Onassis라는 사랑을 찾아 잠깐은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Onassis는 그를 이렇게까지 사랑하던 Callas를 매몰차게 뒤로 하고, JFK의 사망 후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Jacqueline Kennedy (재키 케네디 오나시스)와 결혼을 해버립니다. 이후 Maria Callas는 마음고생과 우울증, 그리고 신경쇠약증 등을 겪으며 Onassis 가 떠난 후 4년쯤 지난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사랑에 마음이 찢어져 세상을 떠난 것이라는 Dr. Khan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참 지저분한 애정행각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 이들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가던 어느 날, Diana 공주는 그녀가 오래 준비한 BBC 와의 독점 인터뷰를 감행합니다. 이후 그녀에게 쏟아지기 시작한 왕실의 비난과 그녀를 취재하려는 방송사 기자들과 사진기자들로 인해 그녀는 극도로 불안해합니다. 게다가 왕실에서 배치해 주었던 비서실장마저 그녀의 독단적인 행동에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다고 말한 후 사직서까지 내고 그녀를 떠나지요. 큰 망망대해 같은 혼란 속에서 Diana는 Dr. Khan 이 주로 찾는 fast food chain으로 갑니다. 여느 때와 같이 그곳에서 햄버거를 즐기고 있는 Dr. Khan - Diana는 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 의사 - 그의 말대로 공주는 세상에 대해 다시 서게 되지요. 이 후 Dr. Khan 은 사랑의 대상 이상으로 공주의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가발까지 사용하고 이동경로도 자주 바꾸면서 이 두 사람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집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Diana의 publicity는 그 강도가 높아지고, 이를 바라보는 의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지요. 평범한 삶을 희망하는 의사,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Diana는 절대로 평생을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1년 넘게 이들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노력을 하면 할수록 둘의 꿈과는 멀어져 가는 현실, 결국 그들은 머지않아 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심 느끼게 되지요. 결국 어떤 일로 인해 어느 날 밤 한적한 공원에서 이 두 사람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후 Diana 공주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Dr. Khan 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준비된 장소에 꽃다발과 시 한 구절을 바칩니다:
그 꽃다발에 끼워진 노트 하나 - Dr. Khan 이 Diana 공주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하는 시의 한 구절이지요:
“Somewhere beyond right and wrong,
there is a garden.
I will meet you there.”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시구절은 사실 꽤 유명합니다. 13세기 Persian 시인인 Rumi의 시 한 부분이지요. 이 구절을 두 사람이 매우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어긋난 이유가 너무나도 다른 환경 때문이었기에, 그 중간에 어디선가의 위치에서 다시 만나기를 원했던 마음을 참 잘 표현한 듯합니다.
Roger Ebert & Company의 평론가인 Ali Arikan의 평론은 그저 그랬는데, 이 부분만은 마음에 드는 면이 있습니다. 그녀도 모든 것을 걷어내면 결국은 한 인간이었음을.
"Once the hype wore off, it became evident that despite her efforts to present herself as a bird in a gilded cage, Diana was a more complicated woman: honest and manipulative; conniving and naïve; ruthless and vulnerable. So, you know, human."
영화의 중후반부터는 이 둘 사이의 간격이 점차 커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의 진행도 따라서 spotty 해지는데 이것이 공주의 갈팡질팡한 심리와 행동을 보여주려는 시도였을지는 모르나 왠지 흐름을 끊는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더군요. Dodi Fayed 와 만남의 시작도 이유도 흐릿합니다.
Diana 역을 한 Naomi Watts 는 공주와 흡사하게 연기를 한 듯 합니다. Diana 공주만이 가진 세련됨과 고전스러움을 절묘하게 발란스를 두고 자연스럽게 실행해 냈지요. Diana 가 간혹 보여주었던 그 눈빛 속에서의 수줍음까지도 아주 잘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치명적으로 중요한 신체적인 조건 (키)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배우 말고 그 어느 다른 사람이 공주 역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Naveen Andrews 의 연기도 만족합니다. 특히 햄버거를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부분에서: 아마도 그는 햄버거를 진짜로 좋아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