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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08. 2021

"Remember Me (2010)"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이 영화는 1991년 New York City의 어느 한 전철역에서 10대 초반 어린아이인 Ally 가 강도의 총에 어머니를 잃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혼자 플랫폼에 남겨진 Ally를 경찰들이 곧 찾게 되고,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던 아버지인 Neil 이 서둘러 그곳으로 찾아와 사고를 수습함과 동시에 두려움과 슬픔에 떠는 딸을 품에 안고 플랫폼을 내려가는 장면이 fade out 되지요.



그리고 10년 후가 지난 2001년 어느 여름, Ally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NYU에 다니고 있습니다. Neil 은 딸을 극도로 보호하면서 잘 키워왔지만, Ally는 그런 아버지의 보호와 사랑보다 이로 인한 불편함을 느낍니다. 아내를 잃고 딸까지 잃을까 봐 매일같이 걱정하는 아버지는 이런 애틋한 마음을 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또 다른 어느 한 가정 - 금융인 CEO로 큰 성공을 이루고 WTC North에서 IB firm을 운영하는 Charles는 바쁜 삶으로 인해 가정에는 소홀했고 이로 인해 이혼까지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내가 키우기로 한 20대 아들 (Tyler)과 10대 딸 (Caroline)에 대한 지원, 특히 재정적인 지원은 풍족하게 하는 아버지입니다. 전 부인도 이런 그의 마음을 존중하고 이해하지요. 최고의 학교와 풍족한 것들로 아이들의 삶을 채워주지만, 정작 두 아이들에게는 그의 마음을 나타내지 않지요.


하지만 아들은 이런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해 불만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마찰을 빚으며,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다지 고르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Tyler, 아버지가 여동생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가 대신 쏱는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아낌과 배려는 상당합니다. 사실 거기에 더해 Tyler 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형을 아버지가 충분히 아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지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여동생 Caroline 은 이런 아버지와 오빠를 둘 다 이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큰 걱정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어린 나이에 목격한 Ally와 아버지와 화해를 좀처럼 하지 못하는 Tyler 간의 이야기도 이 영화의 내용 중 한 가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아주 이상한 계기로 만나게 되는데, Tyler의 첫 의도와는 달리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다만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머지않아 Ally는 Tyler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Tyler에게 아버지에 대해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 줍니다. 다만 이런 노력도 Tyler와 그의 아버지 사이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사건들로 인해 허사로 돌아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nUjyCVLEU&t=7s


이런 두 가정의 이야기들과 몇몇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2001년 9월 11일 WTC attack을 backdrop으로 흐르듯이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Flowy 한 영화로, 제가 좋아하는 종류지요. 꽤 잘 만든 영화입니다. 어느 평론가는 borderline offensive final twist 가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꼭 이런 게 필요할까요?


Roger Ebert의 평론을 보면 이렇습니다: "well-made movie. I cared about the characters. I felt for them. Liberate them from the plot's destiny, which is an anvil around their necks, and you might have something"이라 평했고, 추가적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it tries to borrow profound meaning, but succeeds only in upstaging itself so overwhelmingly that its characters become irrelevant." 배역들이 backdrop의 magnitude로 인해 relevancy 가 없어졌다는 평인데,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감독이 원했던 메시지가 아닐까요? 피할 수 없는 일들 가운데에서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 - 간단한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결국 Tyler와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조금씩 나아집니다. 아들도 아버지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아버지 또한 아들이 원하는 그것을 애써서 하나씩 하나씩 해나갑니다. 딸을 위해 (즉, 자기의 여동생을 위해), 그리고 결국은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최대한으로 마음과 시간을 쓰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Tyler는 느끼게 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yfNGP6m8UQ8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약속이 잡혀있던 어느 날, 그는 Caroline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있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요. 이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Tyler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기쁩니다. 아버지의 사무실에 미리 도착한 Tyler는 아버지 컴퓨터의 screensaver 가 그의 사진들, 그의 형 사진들, 그리고 Caroline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목이 메어옵니다.


이렇게 이 가족의 상처가 겨우 아물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이를 온전히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edMah3cXzk&t=4s



Robert Pattinson

Emilie de Ravin

Chris Cooper

Lena Olin

Pierce Brosnan


이 참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 영화,

이 영화의 명대사는 Tyler의 독백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Whatever you do in life

wiII be insignificant

but it's very important

that you do it

because nobody eIse wiII"


Tyler와 Caroline의 아버지인 Charles의 대사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You think you're the first one to lose anything? You think that whatever you feel in your heart, l don't also feel it in mine?"



첫아들을 잃고 남은 아들마저 보낸 가족들, 전보다 더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바로 그 자신이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게 사랑의 다른 한 면이 아닐까 합니다.



2001년 9월 11일이 지난 지 20년이 되는군요. 저도 당시 그 근처에 있었기에 그날의 충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그날은 아니나, 미리 20주년을 기억하며 이 영화를 올립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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