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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12. 2021

"Scent of a Woman (1992)"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20대 초반엔 Old Spice 란 cologne를 매일같이 바르고 출퇴근을 했었습니다. 당시 나이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향이었지만 그 향을 맡을 때마다 왠지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다닌 지가 꽤 됩니다. 30대 초반부터인가 봐요. Skin care 또는 cologne을 바르면 10년은 더 나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도 있지만 막상 하자니 우습기도 하고 절박하게 보일 듯하여 off hands입니다.


사람들에게 있어 향기란 어떤 의미일까요? 유혹의 시작일까요, 자신의 표현일까요, 아니면 그냥 습관적인 오전 일상의 결과물일까요?


이 영화를 아직까지도 못 보신 분들은 I must say you have been missing one of the most wonderful two hours of your life. 제가 이 영화에 나온 대사들을 꽤 많이 암기하고 있을 정도로 감명 깊게 본 영화로, 제 top 5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 이전에 이미 The Godfather franchise를 통해 최고의 배우로 명성을 가지고 있던 Al Pacino 가 유일하게 Oscar를 수상한 작품이 이 영화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소중하나, 마지막 scene의 경우 그중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아있으며 New York upstate의 가을을 깊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Autumn in New York을 가을 영화들 중 최고라고들 하지만, 제 기준으로는 이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Scent of a Woman 은 최고의 가을 영화입니다 (가을 영화 2위는 1985년작 St. Elmo's Fire).



영화 전체에서 구사되는 영어 또한 너무 멋집니다. Al Pacino의 영어도 그렇지만 counterpart 인 The Baird School의 교장선생님 (James Rebhorn)의 영어는 New England 지역의 진정한 고급 영어의 진수를 선사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Colonel Slade 역을 한 Al Pacino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그를 위해 돌아간 듯 하지만, James Rebhorn 이 역을 한 교장선생님의 어투와 행동도 감히 Al Pacino의 그것에 대항할 만한 존재감이 있었지요. 끝까지 그는 The Baird School의 자존감을 지켜낸 듯합니다.



지금은 너무 변했으나 그 당시 22세쯤 된 묘한 영국 억양의 Gabrielle Anwar의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우며, 그녀가 Lieutenant Colonel Frank Slade (Al Pacino)와 탱고를 출 때의 조심스러운 움직임과 흘러내린 머릿결의 자연스러움은 전혀 천박하지 않고 고혹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fmbU6EQPW8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Colonel Slade의 연설도 강력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완벽한 pitch, pausing 그리고 tempo로 이루어진, 마치 엔지니어링 된 듯한 그의 vocal quality는 screenplay를 한 Bo Goldman 이란 극작가의 능력과 합쳐져서 아마도 Hollywood 가 생산해 낸 가장 감동적인 연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참고로 Goldman 은 이미 two Academy Awards를 받은 분이지요: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 and Melvin and Howard (1980).


그의 연설의 마지막 부분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Now I have come to the crossroads in my life. I always knew what the right path was. Without exception, I knew. But I never took it. You know why? It was too damn hard. Now here's Charlie. He's come to the crossroads. He has chosen a path. It's the right path. It's a path made of principle -- that leads to character. Let him continue on his journey. You hold this boy's future in your hands, committee. It's a valuable future. Believe me. Don't destroy it! Protect it. Embrace it. It's gonna make ya proud one day -- I promise you."


https://www.youtube.com/watch?v=Jd10x8LiuBc&t=207s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간간히 보이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Al-Pacino 요소들을 빼면 꽤나 을씨년스럽고 무겁습니다. 떠나보내는, 또는 떠나려 하는 가을에 대한 아련함이 영화의 대부분에 깔려있지요. Lieutenant Colonel Slade 가 장애를 가지고 어둠 속에서 사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Lieutenant Colonel Frank Slade 이 홀로 외롭게 결단한 '죽음의 여행'을 떠난 시점부터 생을 마치려는 순간까지, 그리고 Charlie 가 보여준 그에 대한 성실함과 배려 그리고 진정성을 디딤돌로 삼아 다시 마음을 추스른 후 다시 조카의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그가 보여주는 행동, 눈빛, 그리고 말 하나하나가 아련하고 슬픕니다. 하지만 결국 다가올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손을 녹이면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영화의 말미에서 느낄 수 있는데, 마치 추운 겨울, 손과 발이 몹시 시려 떨다가 아주 따스한 난로가 있는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설 때 느끼는 해동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가다듬는 중령의 변한 자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backdrop에 더해진 Thomas Newman의 음악들 - 아, 완벽한 package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New England 지역 (대략 미국 북동부 지역)의 가을 풍경과 무척이나 어울립니다. 특히 Lieutenant Colonel Frank Slade 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가 사는 허름한 집으로 돌아가면서 흘러나오는 장면과 Newman 이 만든 음악의 조화는 가을을 짙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OVz39wReU


명대사는 Lieutenant Colonel Slade의 독백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It's fuck your buddy.

Cheat on your wife.

Call your mother on Mother's Day.

Charlie... it's all shit."


다 헛거다, 찰리.

아내를 속이는 것도

어머니날에 전화하는 것도

찰리, 다 헛거야"


여인의 향기는 Slade 중령에게 있어서 그 존재했던 과거에 대한 확인이며, 그가 살아갈 현재에 대한 이유 중 하나이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필요한 힘, 즉 추억과 그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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