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 Sep 10. 2021

"Frankie and Johnny (1991)"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1991년엔 좋은 영화가 꽤 많이 나왔었지요. Box office에서 blockbuster는 아니었지만 그중 하나가 이 작품입니다. 세상의 끝을 본 사람 Frankie (Michelle Pfeiffer)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세상의 끝을 본 또 하나의 사람 Johnny (Al Pacino)가 맨해튼의 평범한 식당에서 종업원과 요리사로 일하면서 조심스럽게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Pacino와 Pfeiffer 가 이 영화에서와 같이 평범하고 소박하게 나온 영화는 없습니다 - 이 부분은 확실한 것이, 이 두 사람의 영화는 다 보았거든요.



Johnny는 형을 살고 나온 복역수입니다. 그는 Frankie가 일하는 아주 평범한 뉴욕의 한 식당에 요리사로 취직합니다. 이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Frankie는 어려서부터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도 평범하게만 자라왔고 이에 사람을 피하는 삶이 되어버렸으며, 이 과정에서 나쁜 남자를 만나 낙태까지 이르렀던 경험이 있는 여자이지요.


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소박한 사람들입니다.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지요. Frankie와 Johnny 도 그런 사람들입니다. Johnny 가 집에서 TV를 보며 쉬는 장면과 Frankie 가 식당에서 퇴근한 후 집에 와서 간단하게 피자 한 슬라이스로 저녁을 먹는 장면, 그리고 식당 동료들의 저녁시간의 삶을 조금씩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요즘 영화엔 이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장면이 나오지 않지요. 평화롭습니다. 안정감이 있습니다. 편안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aRg_iIiAwY


"사랑" 이란 소재를 physical 한 것으로 지나치게 강조한 면이 마음에 전혀 들지 않지만, 그 외 요소들은 참 소박하고 현실적이며 아름답습니다. 같이 저녁을 하고 꽃시장을 찾아간 두 사람 - Johnny 는 Frankie 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합니다. 그렇게 강렬하게 쳐다보지 말라는 Frankie, 그래도 그런 눈빛을 거두지 않는 Johhny - 이들은 이 날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요 (다만 이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내적인 상처가 너무나 많은 Frankie 는 다시 Johnny 를 밀어냅니다. 다시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기가 두려웠고 싫었지요. 하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Johnny - 많은 노력을 했지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듯 체념한 표정의 Johnny - 하지만 이른 새벽시간에 그렇게 감추고자 했던 마음의 상처를 드러낸 Frankie를 위해 Johnny 가 radio 방송국에 전화를 겁니다. Midnight with Marlon 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에게 전화를 한 것이지요. Johnny 는 이 DJ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신청곡 (Claude Debussy의 Clair de Lune)을 틀어달라고 하지요.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신청곡을 틀어주는 나이들은 노년의 DJ, 그리고 그 음악과 사연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결국 마음을 여는 Frankie의 모습이 5분간 보이는데, 아주 아련하지만 그 아련한 만큼 꽤 아름답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KdF7cz-lyE&t=187s


영화의 climax 가 지나 이 두 주인공의 억압되었던  감정이 해소된 그 이후에도 Debussy의 Clair de Lune는 계속 흘러나옵니다. 마치 감기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듯이, 음악과 함께 이 두 사람의 상처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이 음악과 함께 같이 느끼게 되는 듯합니다.




이 영화는 참 멋진 대사가 많습니다만, 그중 이 명대사 하나는 확실히 기억나는군요. 식당에서 일하는 Cora와 Johnny의 대화입니다:


Cora: It's not the end of the world.

Johnny: Oh, I know. I've seen the end of the world.




Al Pacino as Johnny

Michelle Pfeiffer as Frankie

Héctor Elizondo as Nick

Kate Nelligan as Cora


주인공 두 명 외에 주연같은 조연배우가 (Héctor Elizondo 와 Kate Nelligan) 영화를 잘 그려내주었습니다. 오죽하면 The New York Times 에서도 이렇게 평가했을까요?: "Kate Nelligan, nearly unrecognizable, is outstandingly enjoyable as the gum-chewing, man-crazy one." 하지만 이런 류의 B-movie 같은 영화에 두 명의 수퍼스타와 또 다른 두명의 스타들이 출연해서 어울리지 않는 면이 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Christmas, Again (2014) 에 - 수퍼스타급은 아니지만 - Shia LaBeouf 와 Carey Mulligan 이 나왔다면 참 맞지 않은 영화였을것처럼 이 두 배우가 보인 Frankie and Johnny 는 공교롭게도 이 두 배우로 인해 그런 소박함과 아련함이 좀 부족합니다.


그래도 멋진 영화지요?



- E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