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나자리노, 그리고 본제는 Nazareno Cruz Y El Lobo (영어로는 The Love Of The Wolf - 1975. 영어제목이 한심합니다) 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 영화가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는 세계 4대 강국들 중 하나였던 Argentina 의 지위가 심각하게 하락하고 있던 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영화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도 애매합니다. 종교적인 메시지와 정치적인 메시지를 Argentina 의 유명한 전설을 틍해 그려내려 한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참 혼란스럽습니다.
우선 감독의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종교적인 메세지를 이해하고자 하면 - 남미의 모든 나라들이 그렇듯이 이 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Roman Catholic 이라 그랬을까요? - 구교의 개념에 뿌리를 둔 메세지들을 영화 여기저기에 매우 많이 담아냈지만 그 방법에 있어 구교와 상반되는 신교의 개념도 아마도 생각없이 같이 엮어낸 흔적이 역력하고, 여기에 더해 이 나라의 토속종교 및 기타 이교도적인 개념도 함께 섞어내었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애매한 요소, 즉,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이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메세지를 삽입한다는 것이 나자리노라는 전설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이야기 흐름 속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을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선시대 사극에 사회주의 사상의 폐단을 알리려는 시도를 하는것처럼) 무모하게도 시도했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어쨌건간에 이 영화를 기억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이 영화의 love theme(?) 인 "When a Child was Born"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Paul Mauriat Orchestra 의 version 으로 더 잘 알려진 노래입니다. 이 곡의 제목은 Soleado 로, Ciro Dammicco 라는 이탈리안 composer 가 1972년에 작곡한 instrumental song 이지요. 이 영화 이후, Johnny Mattis 가 "When a Child was Born" 이란 이름과 가사를 더하여 Christmas 노래로 처음 불렀다고 하네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Nazareno Cruz, 의미는 Cruz of Nazareth, 즉, Jesus of Nazareth 랍니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가지요: 어느 마을에서 목축을 하며 살고 있는 Cruz 가족이 있습니다. 이 집엔 여섯 아들이 있었지요. 남미의 어느 전설에 의하면 어느 집이건간에 일곱번째 아들이 세상에 나올 경우 그 아니는 저주를 받아 늑대인간이 된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섯 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먼 길로 소들에게 풀을 먹이려 떠나고, 당시 이들의 어머니는 임신 중이었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여섯형제와 그들의 아버지는 폭풍우 속에서 계곡을 건너던 중 모두 익사하고 맙니다.
아들과 남편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장례도 치루지 못한 채 임신한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들이었지요. 결국 늑대인간이 될 이 남자아이의 운명을 불쌍하게 여긴 마을 외곽에 살던 마녀는 그에게 Nazareno 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행여나 이 저주가 그를 비켜가길 빌었답니다. 이 Nazareno 가 청년이 되었지만 늑대로 변하지는 않았지요. 이 청년이 자라는 것을 보며 두려워했던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모든 일에 능숙하고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이 잘 생긴 Nazareno 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비껴가질 않지요. 20살이 된 그는 모닥불 축제 전에 금발 미녀인 그리셀다 (Griselda) 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면 보름달이 뜨는 저녁 늑대로 변한다는 저주를 받은 이 청년, 그가 금발의 소녀와 사랑에 빠지자마자 악마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나타납니다. 그녀를 단념하면 저주를 풀어주고 금은보화를 주겠다는 악마의 제의를 Nazareno 는 받습니다. 하지만 Nazareno 는 “나는 사랑을 선택하겠습니다!” 라며 소녀와의 사랑을 이어가고, 결국 그는 늑대가 되어 마을에 해를 끼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그 늑대를 죽이려 하자 사람들의 총을 Nazareno 대신 대신 맞아 그리셀다는 죽게 되고, Nazareno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 총탄에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구교적인 element 가 많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총을 맞은 Nazareno 는 어느 구덩이에 떨어지게 되고, 그 아래에서 닭, 뱀, 개, 염소, 나귀로 변신하는 마녀를 만나게 되지요. 이 마녀가 그를 지옥으로 이끕니다. 여기서 Nazareno 는 그 악마를 다시 만납니다. 악마는 그에게 부탁이 있다고 하지요. 차후 그가 천국에 가면 자신도 이 곳에서 빼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마치 사도신경 후반부에 나오는 구절 - "죽으신 지 사흘만에 부활하시고" - 과도 맥이 통하는 부분이지만, 이 또한 여러 이교도들의 사상을 조합한 것이니 의아할 뿐입니다. 지옥이라는 곳이 당시 Argentina 를 의미한다는 해설도 있고, 감독도 그와 비슷한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만, 이렇게까지 엮을 필요가 있었을까 합니다.
이 외에 다른 여러 장면에서 정치와 종교 (또는 이교도적인 사상) 를 무리하게 엮은 흔적이 많지만, 이 영화는 love theme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래는 Nazareno 가 Griselda 를 처음 보게 되는 장면입니다. 이 때 the original version 의 Soleado 가 잔잔히 흘러나옵니다.
아래 장면들은 이 두 사람과 악마의 첫 encounter 를 보여줍니다. 이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어 둘만의 시간을 가지던 중 (이를 '불의 춤'으로 묘사한 점이 특이합니다) 악마가 이들을 바라보며 나타나지요. Nazareno 의 눈과 악마의 눈이 교차하며 무언의 대화가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악마는 이 둘을 뒤로 하고 사라집니다.
가는 길목에서 Nazareno 를 기다리던 악마, 금와 은을 포함한 보물을 그의 눈 앞에 보여주며 Griselda 를 포기하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며 유혹합니다. 영화 여러 장면에서 Nazareno 가 악마 앞에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 이는 그 곳의 대화방식 (무언가를 간절히 말할 때) 중 하나인 듯 합니다만, 보기에는 좋지 않더군요.
Nazareno 와 비둘기는 이 영화에서 같이 자주 등장합니다. 젊은 여인들이 "나자리노가 늑대로 변한대!" 라고 하며 낄낄거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요 - 이 장면과 그 전과 후의 분위기를 보면 이 여인들은 악마의 하수인 귀신들로 보입니다. 이 영화에는 이와 같이 많은 symbollism 이 등장합니다.
7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극장 상영시 거의 50만명이 몰렸다고 하고, 그 당시 영화수입업자들도 놀란 흥행의 이유는, 당시로선 생소한 남미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끌었으며, 거기에 이 곡 Soleado 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결과가 아니었나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