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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30. 2021

"Secondhand Lions (2003)"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이 영화를 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음악가인 Patrick Doyle의 soundtracks 도 영화 내내 참 잔잔하게 흐르고 지나치지 않으며 부담이 없고, Robert Duvall (as Hub McCann)과 Michael Caine (as Garth McCann) 이 연기해낸 강하지만 포근한 두 형제가 조카 손자인 Walter Caldwell (Haley Joel Osment 이 연기)을 돌보는 모습도 따스합니다.


아버지가 없는 14살짜리 Walter 에게는 이상한 엄마가 있습니다. 외로움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며, 기회가 되면 사랑할 남자를 찾아 떠도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며 Texas에 살고 있고 오랫동안 만나지도 못한 큰아버지 McCann 형제에게 아들과 함께 갑니다 - 아들을 이들에게 맡기고 가려는 생각이지요. 갑자기 엉겁결에 조카 손자를 떠안게 된 이 형제 - 이렇게 해서 McCann 형제와 이 조카 손자와의 삶이 시작됩니다.



이곳에는 전화도 없고 TV 도 없습니다. Walter는 이들에게 "그럼 평소에 뭘 하고 지내시나요?"라고 묻지요. 이때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옵니다. 무언가를 팔기 위해, 그것이 보험이건 상품이건 간에 이런 식으로 이 두 형제에게 계속해서 영업사원들이 방문합니다. TV 도 없고 전화도 없는 이 광활한 농장집에 사는 이 McCann 형제의 취미는 이런 영업사원들이 올 때마다 엽총으로 이들을 놀라게 해서 쫓아내는 일이지요. 물론 이들이 앉아있는 의자 사이에는 레몬 tea 복숭아 tea 같은 음료수와 담배, 그리고 먹을 간식들은 꼭 준비해 놓습니다.



첫날밤, McCann 형제는 Walter 가 머물 곳을 알려줍니다. 다락방이었지요. 형인 Hub 은 Walter에게 겁을 주며, 저 다락에는 뭐가 있는지 모르겠으니 행운을 빈다는 말까지 아이에게 합니다. 동생인 Garth 도 Walter에게 고작 해준다는 말이 "거기 올라가면 너 혼자 알아서 해야 해" 라며 아이에게 무서움을 더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jWIfWFT3ewk


다락방에 올라간 Walter - 먼지가 뒤덮이고 정리할 것이 많았지만 딱히 무서울 것은 없습니다. 짐을 정리하려 하던 중 여러 나라의 국기, 표시, 항구의 이름이 적인 스티커들이 붙어있는 큰 박스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박스는 자물쇠로 잠겨있었지만 우연히 열쇠를 발견한 Walter는 그 박스를 열어봅니다. 그 안에는 모래가 잔뜩 들어있지요. 손으로 모래 속을 더듬어보니 어떤 사진틀이 하나 잡힙니다. 조심히 보니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틀이었지요. 이 사진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이 사진이 왜 이 다락방에 있는 오래된 박스 안에 있는 걸까요?



이 두 형제를 둘러싸고 떠도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젊었을 때 은행강도들이었다는 소문도 있고, 어딘가에서 은밀한 돈을 무수히 벌어서 이 형제가 살고 있는 집 어딘가에 막대한 부를 숨겨놓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척들도 괜히 와서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주말을 지내기도 하지만, 이 두 형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이런 친척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Walter와 이 두 형제는 가까워집니다. 같이 농사를 하고, 맛있는 옥수수와 소시지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도 먹고, 영업사원들로부터 이것저것들을 사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 세 사람은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gl2xF1I0AZg


어느 날 밤, Garth는 Walter에게 이 두 형제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해 줍니다. 사하라 사막, 인디아, 중동, 유럽 그리고 물론 미국까지 이 두 형제가 종횡무진 누볐던 이야기들과, 형 Hub 이 그곳에서 만난 Jasmine이라는 아랍의 공주 - 바로 그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까지.



두 사람은 정말 대단했던 사람들이었지요. 아직도 그 기력과 용맹함은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평화롭게 식사를 하던 이 세 사람은 동네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 4명으로부터 방해를 받습니다. 이 4명의 건달들을 Hub 혼자서 모조리 손을 봐줍니다. 이때 대사가 매우 재미있고 멋지지요:


Young Man: 바비큐 맛있수? 좀 줘봐요.

Hub: 우린 바빠. 애들은 꺼져!

Young Man: 뭐라고라?



Hub: 요즘 애새끼들이 이렇다니까. 버르장머리 없이 오냐오냐 커 갖고 결국 떼로 몰려다니며 건달 짓 하는 게 다야. 문제는 말리는 어른도 없지.

Young Man: 잘난 척이 심하셔?

Garth: 멍청한 애야. 죽이진 마.


https://www.youtube.com/watch?v=qLwDDhl_bNs


Hub:  난 허브 매칸, 일찍이 세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수많은 전투에서 총칼로 적을 섬멸했다! 나일강을 탐험했고 미지의 종족과 원주민도 만났지. 엄청난 부를 얻었고, 사람도 많이 죽였고, 한 여자만을 사랑했다! 너 같은 놈이 그런 열정을 알겠냐만 난 그런 사람이야. 집에나 가!


이후 이 4명을 아주 심하게 혼을 내준 후 집까지 끌고 와서 설교까지 한 다음에 보내줍니다.


이후의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합니다. 아까운 영화라 꼭 보셔야 한다는 바람에 나머지 중간의 이야기들은 사진들로 보여드립니다.



행복하게 살던 이들은 Walter의 엄마가 다시 이 농장에 오면서 아쉬운 작별의 순간을 맞습니다. 농장에 같이 온 어느 남자와 같이 결혼을 하고 한 곳에 정착해서 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아이를 데려가지요. 눈물겨운 작별인사를 하고 Walter는 두 할아버지의 집을 엄마와 낯선 남자와 함께 떠납니다.



농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Walter는 할아버지들이 그리운 나머지 차에서 뛰어내리고, 급히 차를 세운 그의 엄마는 Walter 가 두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어 하는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엄마는 Walter를 보내주지요. Walater 가 떠난 후 쓸쓸한 마음에 여느 때와 같이 농장집 앞에 앉아서 엽총을 들고 영업사원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두 할아버지는 저 멀리서 Walter 가 농장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이 세 사람은 오래오래 같이 살게 되지요.



마지막 장면도 참 훈훈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End credits 에도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 마지막 장면이 매우 놀랍습니다. 아랍의 어느 나라에서 누군가가 찾아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e0X0VzGmbXE


평론도 거의 없었던 영화입니다만, 제 top 10 안에 드는 참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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